안녕하세요. 배우 김영민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11년 만에 김기덕 감독님과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일대일’은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단면을 적나라하게 들춰낸 영화입니다. 김기덕 감독님은 해외 영화제와 상관없이 지금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권력에 고통 받고 상처 받는다면 누구나 깊게 와닿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다행히 이번에 ‘일대일’이 제11회 ‘베니스 데이즈’ 개막작으로 초청됐습니다. 정말 기뻐요. 베니스 영화제에서 ‘일대일’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해준 것에 대해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하고 1인8역이어서인지 그 기쁨은 8배 그 이상입니다. 처음에는 1인8역이 아니었어요. 마지막 리딩 때 대본이 바뀌었습니다. 김기덕 감독님께서 ‘알아서 해’라고 한 마디 했는데 그 말에 무섭기도 하고, 욕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내면 연기를 바꿔가는 맛이 있었지만 캐릭터를 연구할 시간이 없어서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시나리오 읽었을 때 느낌을 믿고 촬영했습니다. 10회차 찍었는데 나름 즐기면서 했습니다.
김기덕 감독님은 제 영화의 시작이자 좋은 선배, 은사입니다. 그래서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대다수 관객들은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가 ‘쎄다’고 하는데 시나리오에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언어와 감독님의 철학이 항상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영화 보면서 뭉클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를 처음 영화판에 소개시켜주고 항상 열심히 하라고 해주세요. 개런티요? 10만 관객 넘으면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랜 시간 연극 배우로 살아왔습니다. 시간이 참 잘 가네요. 처음 포스터 붙이며 연극을 시작했고, 김기덕 감독님을 만나 영화도 찍었어요. 군대도 다녀왔고, 결혼도 했죠. ‘연기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3년 주기로 들었어요. 고통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한 계단 올라가듯 나아져 있었어요. 이제는 어떻게든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배우는 모든 사람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다 맞출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작품 안에서 잘 놀았을 때 관객이 좋아해주시는 것 아닐까요. 모든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어느 꽃 하나 예쁘지 않은 꽃이 없듯이 작품마다 가치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어요. 인물, 장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작품 안에서 가치를 찾아내려고 하는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