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경영진 내분사태 ‘휴전’… 금감원 손에 달렸다

입력 2014-05-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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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 변경 금감원 검사 결과 뒤 논의키로”

▲연합뉴스
KB국민은행 경영진 내분 사태의 도화선이 된 주전산시스템 교체가 결국 잠정 보류됐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알력 다툼'으로 까지 비화된 내분사태가‘휴전’을 맞은 셈이다. 사외이사와 이건호 행장, 정병기 상임감사 등은 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에도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모든 결론을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뒤로 미뤘다.

31일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중임을 고려해 그 결과가 나올때까지 지난 4월 24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유닉스 기종으로 전환하는 절차의 진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일 오 위원장을 비롯해 강희복, 송명섭 감사위원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인 오후 6시부터 정병기 상임감사로 부터 감사 의견을 청취했다. 이후 저녁 8시부터 사외이사들이 합류해 이사회를 진행했다. 회의는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진행됐다.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국민은행은 경영협의회를 열고 IBM을 유닉스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던 전산 교체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사업 추진 계획에서 배제했던 IBM시스템도 입찰 제안 대상에 포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달 24일 은행 이사회 결정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이사회에 긴급안건으로 상정됐고 사외이사들도 이를 일부 받아들였다.

‘뜨거운 감자’인 감사보고서도 추인됐다. 이 보고서에는 유닉스 기반 시스템이 유리하게 평가되도록 가격과 전환 리스크 요인을 의도적으로 왜곡·누락한 증거가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들은 경영협의회 결정 내용을 받아 들이고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의 요구로 특별감사보고서를 접수해 검토했으나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

7시간에 걸친 회의 결과가 ‘잠정 보류’인 것은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시간을 번 뒤 향후 대응 방안을 찾겠다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금감원으로 넘어갔다. 정병기 상임감사는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이 설 것"이라며 "이후 사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KB내분사태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와 문책을 두고 ‘니탓 네탓’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중 한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0여명의 검사인력을 파견해 정밀진단을 벌이고 있는 금감원은 다음달 초 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건호 행장은 “긴 논의 끝에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며 “금감원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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