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이 된 한국은행 부총재 자리에 누가 임명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총재 후보 추천권이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고민이 깊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부총재 후보로 이광주 전 부총재보, 이흥모 국장, 장병화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장세근 전 부총재보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부총재 최종 임명권은 청와대에 있다.
한은 부총재 자리의 의미는 정부 부처의 차관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수장인 총재를 보좌하는 일 외에도 다양한 독립적인 일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총 7명의 금통위원 중 1명으로 매달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한다. 때문에 거시경제와 통화정책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동시에 외부기관의 추천을 받은 다른 금통위원들과 한은 집행부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역할도 해야 한다. 과거에 두 집단은 견해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부총재는 또 금융위원 9명 중 1명으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주요사항을 최종 결정하는 합의제인 금융위원회에서 결정권을 행사한다. 금융권 현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한은 대표로 참석하는 만큼 무게감도 있어야 한다.
부총재는 대외업무 외에도 한은의‘살림살이’ 를 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사퇴한 박원식 전 부총재가 외부 출신인 김중수 전 총재를 대신해 내부경영을 도맡아 온 것이 그 예이다.
부총재는 또 총재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교적 내성적이었던 이성태 전 한은 총재를 대신해 당시 이승일 전 부총재는 국제협력, 대외섭외 등 부문에서 활약했고, 이 전 총재는 통화정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광주 전 부총재보가 부총재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자신과 부총재 자리를 놓고 경합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그를 전격 발탁해 이주열호를 제대로 출범시킬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 전 부총재보는 국제국장 등을 거친 국제금융분야 전문가임에 따라 한은 국제화를 잘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경쟁 관계였던 두 사람이 상하 관계가 될 수 있을지는 물음표로 남아있다.
조사국과 정책기획국 등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이흥모 한은 국장도 부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한은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물론 이 총재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부총재보를 건너뛰고 부총재를 하기는 관례적으로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 부총재보 인사들보다 이 국장의 입행이 더 이르고 실력 면에서도 이 총재에게 더 인정을 받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이 국장이 부총재로 임명되면 한은의 오랜 전통을 깨는 것은 물론 이 총재 못지않은 화려한 귀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 조직개혁이라는 명목으로 밀려난 바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장병화 사장과 김재천 부사장은 이 총재와 동거동락한 사이이나 이 총재와 경력이 크게 다르지 않아 총재를 보좌하는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또 장세근 전 부총재보는 총무국장 등을 해 내부경영을 잘 할 수 있겠지만 국제 부문에서는 약하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