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언급했다. 세월호 사고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피해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정부 차원의 첫 언급이다.
현 부총리는 1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세월호 사고로 인해 모두에게 아프고 힘든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이라고 한 뒤 “국민들과 기업인 여러분들께서는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소비·생산·투자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적극적인 마음으로 임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외국 언론이나 정치권 등에서는 “이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정부 고위 인사의 입을 통해 ‘일상’이 언급된 것은 사고 발생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 내부적으로는 세월호 사고로 국가 전체가 멈추다시피 한 상황이어서 이제 어느 정도 수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었다”며 “조만간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선뜻 하지 못하던 말을 현 부총리가 했다”며 고 말했다.
현 부총리의 언급은 정부 차원의 분위기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경기회복 전망에 ‘노란불’이 켜진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다.
사실 1분기부터 민간소비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경제가 다시 침체되는 모습은 세월호 사고 이전부터도 나타났다. 여기에 사고 이후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개혁 등 경제현안들이 표류하면서 어렵게 살려둔 경제회복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 달 사이 환율도 4% 이상 하락해 수출전망도 안갯속으로 진입하는 국면이다.
현 부총리는 ‘경제는 심리’라며 “경제주체들이 안정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12일 월 스트리트 저널 서울특파원을 지낸 미국 일간지 ‘스타 트리뷴’의 경제에디터 에번 램스태드가 지적한 사항과 궤를 같이한다.
램스태드는 기고문에서 “어떤 한국의 유명 인사도 9·11테러 이후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처럼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지 않고, 어떤 정치인도 국민들에게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했던 것처럼 일상생활과 일터로 돌아갈 것을 독려하지 않는다”며 “정치인을 비롯한 한국의 리더들이 국민들에게 '이제 다시 일어서자(It’s OK to move on)'라고 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