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통일바람 분다 = 통일금융은 정책금융기관을 필두로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통일금융의 경우 당장의 금융상품 출시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책금융기관들은 잇따라 북한 및 통일 관련 부서를 신설·확충하고 보다 심도있는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5일 ‘북한개발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수은은 남북경제협력기금 수탁기관인 만큼 향후 통일에 대비해 연구센터를 북한 개발 연구의 싱크탱크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연구센터는 현재 2명의 박사 인력에 3명을 더해 총 5명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KDB산업은행은 올해 초 조사분석부에 북한·동북아 관련 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금융 부문이 수행했던 역할을 조사·분석해 통일 후 대응 전략을 미리 점검한다는 복안이다. 산은은 통일 이후 북한의 산업 구조조정이나 인프라 재건 등에서 산은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이미 5명 규모의 북한경제연구팀을 운영 중이다. 매년 정책포럼을 열고 있는 정금공은 지난 15일 ‘한반도 마셜플랜’이란 주제로 진행되는 포럼에서 북한에 대한 효율적 원조 경제 방안과 경제전략 등을 소개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1일 금융연구원 내 통일금융연구센터를 열었고 한국은행은 통일 관련 화폐·경제통합 연구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은행권도 통일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5월 중 통일 예·적금 상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예·적금 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자 일부를 대북지원 사업에 기부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도 이르면 다음달 중 이자수익 일부를 대북사업 등에 기부하는 기금 성격의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터민에 경제교육과 취업기회 등을 제공하는 새터민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한편 향후 2~3년 내에는 대북·통일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독일 사례 등을 검토하는 등 통일상품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통일금융 업무중복과 반짝상품 우려 = 이처럼 정책금융기관과 은행들이 너도나도 통일금융 준비에 집중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업무 중복과 실효성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북한·통일 관련 부서에서 연구하는 내용들이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해당 부서들은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해외사례를 참고해 통일 이후 어떤 원조와 경제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또 효과적인 개발과 재건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연구한다. 향후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 중복과 이에 따른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통일금융은 하루아침에 기반을 구축할 수 없는 만큼 지금부터 산재된 통일금융 연구를 총괄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살리기를 강조했을 때 너도나도 중기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정책금융기관간 중복 지원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며 “추후 기능 재편에 따른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통일 금융을 지휘할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연구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걱정도 크다. 통일상품의 경우 고객 수요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남 강경 발언과 핵실험 위협 등 북한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상품이 얼마만큼 고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만일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통일상품은 결국 유명무실한 상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통일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내놓을지 고민이 많다”며 “일회성 상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익성과 고객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