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유게시판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비판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청와대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가운데 해당 글이 삭제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정OO님은 28일 오전 8시 53분에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글 삭제를 원합니다'라는 글을 다시 올려 삭제를 요청했다"며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 운영자는 댓글과 안내 메일로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본인이 작성한 글에 대해서는 본인만이 삭제할 수 있다. 삭제를 원할 경우 실명인증을 거친 후 직접 삭제해야 한다' 고 답변했다"는 글이 게재돼 있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걸렸던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다소 파격적인 비판글은 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홈페이지를 마비시킬 정도로 큰 공감을 얻었지만 하루만인 이날 오전 작성자가 자진 삭제했다.
청와대 측은 글쓴이가 삭제를 요청하며 "'당신이 대통령이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 글을 올렸는데 페이스북에서 퍼온건데 이렇게 반응이 클지 몰랐다. 파란을 일으킨 점 죄송하다. 운영자분께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글 삭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글은 영화감독 박 모씨로 지난 25일 본인의 페이스북 에 게시한 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 글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대응하는 정부의 무능력함을 지적하는 글로, 박 씨는 "숱한 사회 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본 적은 거의 없다.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는 너무 쉽고 공허했기 때문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은, 달려가 생존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나는 그런 일이나 '잘 못하면 책임자를 엄벌에 처한다'며 호통 치는 일이 아니다"라며 "날씨 좋던 첫째날 가이드라인 세 개밖에 설치를 못했다면, 밤새 과감히 방법을 바꾸는 걸 고민하는 사람이 왜 이 리더 밑에는 한 사람도 없었는가? 목숨 걸고 물속에서 작업했던 잠수사들, 직접 뛰어든 말단 해경들 외에, 이 지휘부에는 왜 구조에 그토록 적극적인 사람이 없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없는 정부는 필요없다.(대통령이) 밑의 사람들에게 평소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잘못된 의제를 설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려운 이유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