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사람이 미래다’. 기업의 명운을 쥐고 있는 것은 결국 ‘사람(직원)’이라는 의미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직장인 스스로도 기업의 부(富)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행복한 일터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재계를 중심으로 ‘최고의 고객은 내부 직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확산되면서 탄력근무제, 집중휴가제, 자기계발 지원 등 직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직업관이 바뀌면서 과거와 달리 대다수의 직원들이 자신의 직장이 과연 일생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본다”며 “기업 입장에서 단순한 복리후생을 넘어 자긍심을 심어줄 수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하기 좋은 일터 만들기는 인재 확보를 위한 경영 기법으로 자리잡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신나는 조직문화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출근 시간에 상관 없이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자율출근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양한 놀이문화를 통해 직원간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임직원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면서 자연스레 행복지수를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임직원들의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 임직원 1만5000여명은 각자의 성향에 맞춰 동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총 66개의 동호회 중 도움터장학회와 보금자리회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울산지역 소년·소녀가장 학생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은 특히 여성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중 SK이노베이션이 그룹 본사인 서린동 사옥에서 운영 중인 ‘SK 행복 어린이집’은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이곳은 SK,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서린동 사옥에 입주한 관계사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LG그룹은 스마트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LG전자는 올 1월부터 여의도 LG트윈타워와 IFC빌딩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의 출근 시간을 기존 9시에서 30분 앞당겨 오후 6시였던 퇴근시간을 5시 30분으로 조정했다. 더불어 집중력이 가장 높은 9시부터 11시까지는 ‘집중 근무시간제’를 운영, 내부 회의나 개인적인 전화 통화 등은 자제하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외에 GS, 한화, 두산, CJ, 에쓰오일, 효성, 동국제강 등 재계를 대표하는 많은 기업들이 행복한 일터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GS, 한화는 임직원들이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가족친화 경영을 적극 도입했고, 두산의 경우 임직원들의 여가시간을 최대한 보장하고 사내 MBA(경영학 석사) 과정 등을 통한 자기계발을 지원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매주 수요일 정시 퇴근을 전제로 한 ‘패밀리 데이’를 비롯해 별도의 건강관리실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효성은 지난해 3월 ‘GWP 선포식’을 갖고 별도의 전담조직인 기업문화팀을 신설하는 등 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동국제강의 경우 인재 양성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CJ그룹은 1999년과 2000년 각각 대기업 최초로 비즈니스캐주얼 복장 제도, ‘님’ 호칭 제도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이어오고 있다.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주요 기업들의 노력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