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로 한국 경제가 이상 신호를 보이고 있다. 국민적 애도 물결에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기업들도 각종 행사를 잠정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정상적인 마케팅마저 중단된 상황이다. 기업들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던 내수 소비가 이번 참사로 또 다시 정체되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야외 활동 시즌에 가정의달을 앞두고 유통가가 떠들썩할 때지만 올해는 너무 다르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내수가 멈춰 섰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나마 생활형 소비가 점차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소셜·지인 마케팅으로 궤도 수정 = “안타깝고 침통함이 이어지는데 요란하게 행사를 열 수는 없지요.” 유통업계 고위 임원은 내수시장이 다시 얼어붙어 걱정이 앞서지만 이번 참사에 대한 국민 정서에 동참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유통가를 중심으로 국내 모든 기업이 신제품 출시, 제품 할인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취소했다. 소비자와 맞닿는 마케팅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보니 기업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팬택은 신제품 ‘베가 아이언2’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금호타이어도 신제품 ‘솔루스 TA31’ 발표회를 취소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 2년간 준비한 맥주 ‘클라우드’를 최근 출시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초기 마케팅 활동을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각 업계는 내수 위축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각 기업들은 올해 목표치 하향 조정까지 내부에서 거론하는 실정이다.
업계는 4년 만에 찾아오는 대형 스포츠 행사인 브라질 월드컵이 6월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내수 위축 현상이 다소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전 만큼 떠들썩한 마케팅은 불가능하겠지만 소폭이나마 반전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입장이다.
이에 각 업체들은 대대적인 대외 마케팅은 자제하는 대신, DM(다이렉트 메일)이나 소셜 마케팅, 지인 마케팅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케팅에 주력하기로 하고 현재 방안을 수립 중이다. 이들 업체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를 꺼려했으나, 조만간 안을 수립하고 5월 중순부터는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불안한 경기 지표… 돌파구 모색 안간힘 =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4.0%) 달성 기여도는 수출보다 내수가 조금 높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민간소비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세월호 참사가 미칠 내수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기업들은 내수 진작에 대한 기대가 어려워지자 고객 대상을 전환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면세점의 경우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에 집중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요우커 효과’로 올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만큼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롯데면세점의 올 1분기 매출은 88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 증가했고, 신라면세점의 매출도 18.7% 늘어난 5243억원을 기록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쇼핑업계는 제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G마켓, 옥션 등 오픈 마켓은 5월 5일 어린이날 선물 판촉 행사를 시작했다. 소비가 위축되었지만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들은 금방 매진되고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백화점, 대형마트도 가정의달 이벤트를 하나, 둘 재개하며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취지에서 행사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 중”이라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적 충격이 상당히 큰 만큼, 내수시장이 쉽게 되살아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