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 취임부터 사의 표명까지…‘책임총리제’ 실종 426일

입력 2014-04-27 11:26 수정 2014-04-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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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2월 26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로 취임한 지 426일 만이다

평소 ‘온화한’ 이미지의 정 총리는 취임 후 지금까지 뚜렷한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책임총리’로서의 미흡하다는 평가와 함께 존재감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정 총리는 ‘국민 곁의 총리’라는 슬로건에 맞춰 현장 행정에 주력해 왔지만 진주의료원이나 밀양송전탑 등 사회적 갈등의 현장에서는 정책 조정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신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며 얼굴마담 역할만 충실히 해 ‘행사총리’, ‘의전총리’라는 오명만 얻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보완할 대안으로 ‘책임총리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정운영이 청와대 주도로 흘러가면서 정 총리도 지나치게 대통령의 의중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모습도 수차례 보였다.

지난해 5월 31로 예정된 대국민 절전 호소 담화문 발표를 돌연 연기한 것을 두고서도 총리 본인의 의중보다는 청와대의 ‘입김’이 더욱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당시 청와대 측은 지난 정부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원전 부품 비리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고 철저한 조사로 안전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담화문 발표를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2인자인 총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대통령에게 더 모든 일이 집중되고 청와대 수석들은 물론 장관들까지 대통령만 바라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취임 2년차를 맞아 정 총리는 부쩍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공직사회의 분발을 독려하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일괄사의를 표명한 총리실 1급 10명 가운데 절반을 갈아치우는 파격적인 물갈이로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 비판을 ‘여학생의 고자질’에 비유하며 비하한 데 대해 외교부 장관보다 먼저 나서 “대한민국 원수에 대해 무례의 극치라고 할만한 언사를 한 것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만한 유감스런 일”이라고 ‘고강도’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총리의 이같은 기조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 총리는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문책 대상에 올랐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의 화살은 정 총리에게 바로 정조준됐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정부의 부실한 위기관리를 계기로 정 총리를 비롯한 대폭 개각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취임부터 사의 표명까지 ‘책임총리’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 짓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까지 대통령 입만 바라본 존재감 없는 총리로 각인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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