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집단이든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권리, 즉 표현의 자유가 있다. 서울광장, 세종로 등 도심 한복판에서도 집회시위는 시시때때로 벌어진다. 문제는 집회의 자유를 무제한, 무한대로 여기는 시위대의 태도다. 확성기 소음과 거친 언행, 간선도로 마비 등 타인의 자유와 법질서 따윈 걷어찬 듯하다. 어둠이 짙어지면 더 과격해지고 술판까지 벌어진다. 개인이 집단의 그늘에 숨어 ‘무법자 놀이’를 즐기는 듯하다.
저녁시간 지하철 출구 밑, 인도에 무리지어 있는 경찰들을 가끔 본다. 근처에선 시위대의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가 울린다. 대규모 집회마다 경찰력이 대비하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건 민생치안을 담당할 경찰까지 그 무리에 섞여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수사-형사-지구대 경찰들이 야간집회에 동원됐고, 그 인원은 최근 3년 동안 무려 5만명에 달한다. 강력범죄 단속-수사는 뒤로하고 야간집회를 쫓아다니는 꼴이다. 그 순간 우리동네 민생치안에 구멍이 뚫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야간집회 금지 시간을 두고 여ㆍ야간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아니, 건드리면 터지는 폭발물처럼 보인다. 4년 넘게 집시법 개정을 방치했으니 말이다. 그 동안 법 공백으로 판결 내릴 기준도 모호해지자, 지난 3월 말 헌재는 밤 12시까지 야간집회 허용으로 결정을 내렸다. 위헌 여부를 가리는 기관이 집회시간까지 명시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야간집회의 소음, 불법폭력화, 민생치안 공백 우려는 사라질까.
지난 3년간 대부분의 야간집회는 밤 12시 이전에 종료됐다. 결국 야간집회를 몇 시까지 허용할 것이냐가 그리 중요치 않은 듯하다. 핵심은 집회시위 문화의 수준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시위 품격’을 갖춰야 한다. 건전한 집회문화의 바탕에서만 ‘집회의 자유’도 꽃 피울 수 있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건 야간집회 시간 논쟁보다는 ‘시위품격’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