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일본 대표 건축가의 삶, 그가 바라본 세상

입력 2014-04-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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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 ‘나, 건축가 구마 겐고’

어떤 분야건 목숨을 걸고 살아온 사람의 인생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인 구마 겐고의 자전적 에세이 ‘나, 건축가 구마 겐고’는 치열한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1954년생인 세계적 건축가에게 세상 사람들이 대체로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명성과 부로 쉬어 가면서 일해도 될 것이라는 그런 기대 말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처럼 알려진 사람조차 사는 게 전쟁이구나”라는 탄성을 내뱉고 말 것이다.

수주를 위해 아무리 긴 출장이라도 낡은 검은색 가방 하나 달랑 들고 해외를 분주하게 오고가는 그는 건축가의 삶을 매번 ‘레이스에 나서야 하는 경주마’에 비유한다. 누군가 겐고씨에게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사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달리고 또 달릴 수밖에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국을 다닐 수밖에 없는 겐고씨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세상의 이모저모를 책에서 들려준다. 역동성이란 면에서 중국의 오너 문화와 일본의 샐러리맨 문화를 비교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는 중국과 일본 고객의 가장 큰 차이로 중국은 기본적으로 오너이지만 일본은 샐러리맨이란 점을 꼽는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일본은 오너조차 샐러리맨 같다는 평가다. 이런 문화의 차이에 대한 그의 의견은 이렇다. “정말 재미있는 건축, 역사에 남을 건축은 샐러리맨 시스템에서는 탄생하지 않는다. 샐러리맨 구조란 위험을 피하는 시스템이다.” 건축만 어디 그렇겠는가? 역동성을 잃어가는 사회의 단면이 건축을 통해 드러났을 뿐이다.

미국의 건축계에 대해서도 기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미국의 도시개발은 주로 금융자본이 주도하는데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유대인이라고 한다. “미국 건축계는 유대인이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대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또 한 대목은 세계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를 불러내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게 만드는 중심인물들이 대부분 유대인이라는 부분이다. 한 걸음 나아가 겐고씨는 “요즘은 결국 전부 유대인과 연결된 것 같다”고 평한다. 반면에 “중국인은 아직 국경 속에서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가 모르는 한국인에 대해서도 그는 예리한 시각을 드러낸다. “한국은 (오직) 국제무대에서만 살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대인의 세계와 가깝다”고 말한다. 한국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그는 속내를 살짝 드러낸다. “한국 클라이언트의 자신감과 높은 뜻을 보고 있으면 ‘아아, 나는 일본이란 촌에 사는 놈이구나’ 하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도 스스로를 전진시키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단호하게 “나는 만들고 있는 행위 자체를 즐길 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말한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쉼 없이 세계 시장을 누비고 다니는 사업가이자 건축가의 눈에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가라는 점을 구석구석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세상 변화를 진정으로 직시하는 인물이다. “정보가 순식간에 오가는 21세기 세계에서는 과거의 성공이란 곧 오늘의 실패”라는 단순한 한 문장이 독자들에게 강한 충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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