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도 넘은 숟가락 얹기 작태(作態) -정재석 사회생활부장

입력 2014-04-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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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세월호 대참사(大慘事)에 온 국민이 큰 충격과 비통함에 빠졌다. 사고 아흐레를 맞으면서 애도ㆍ충격ㆍ시름의 사회적 우울감 역시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분노, 불신 등 대한민국이 심리적 공황상태, 트라우마에 빠지고 있다. 292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21년 전 서해훼리호 침몰 등 되풀이되는 대형 참사 데자뷰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대형 참사는 우리 경제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역시 모든 기업들은 각종 행사를 취소하는가 하면 화려한 광고나 마케팅도 극력 자제하고 있다.

여행업계 역시 5월 가정의 달 황금연휴, 일본의 골든위크, 중국 노동절 등을 앞두고 단체관광 취소가 속출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업 활동 위축은 물론 소비가 둔화돼 경기회복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번 참사는 가뜩이나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터여서 과거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그 어느 때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그런 면에서 국민 모두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 분위기 속에 여러 불편을 감수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그런 국민감정과는 반대로, 대형 참사 때마다 번번이 등장하는 철면피(鐵面皮)들이 있다. 바로 참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개인이득을 취하려는 ‘정치 바바리맨’들이다.

이들은 희생자 유가족의 아픔을 이중으로 짓이기다 못해 후벼 파고, 국민 불신을 조장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이번에도 어김없다. 그동안 몹쓸 ‘기념사진’을 찍던 사람은 덜떨어진 정치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장관을 보좌한 고위 공무원까지 나서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해임으로 일단락됐지만, ‘국민 위에 장관’이라는 공직사회의 그릇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치 바바리맨들은 4년 천안함 침몰 사고, 97년 KAL기 괌 추락 참사 때도 셔터를 눌러댔다.

천안함 사고 수습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순직한 고(故) 한준호 준위 장례식장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영정 앞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거기서 같이 찍어…, 다 나와”, “한 번 더 찍어”, “사진을 꼭 보내주셔야 한다”면서.

장례식장을 찾은 전 경기도청 고위공무원이었던 지방선거 후보자도 군인과 함께 노골적으로 기념촬영을 하다 구설에 올랐다.

승객과 승무원 등 254명을 태운 KAL기가 괌 니미츠 힐 부근에 추락했을 때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처참히 박살난 기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추태를 부렸다.

228명이 숨진 대형 참사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인 상황에서 그들의 태도는 너무나 뻔뻔했다. 당시 사고현장은 주검 발굴 작업으로 경황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동료 국회의원 부부가 사고기에 탑승해 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랬다.

다른 일부 국회의원은 괌 현지 조사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1등석 기내에서 향수·넥타이 등 온갖 면세품을 사느라 혈안이 된 것이 유가족 눈에 띄어 망신을 샀다.

이들 국회의원은 각자 지역구 홍보자료에 이 사진을 싣고서 항공기 추락사고 때 괌에서 현지조사 활동을 했다는 치적물로 사용하기도 전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반면 한국구조연합회 회장인 정동남씨는 인기 관리를 위한 의원들의 사진 찍기에 집착해 있는 동안, 시신 발굴 등 괌 사고현장을 누볐다. 파리가 들끓는 현장을 찾고서는 미국인 구조요원들에게 연신 “플라이!”를 외쳤다.

‘의인’ 탤런트로 불리는 정씨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아시아나여객기 추락 현장 등 오랜 구조봉사 활동을 경험으로 파리가 모여드는 곳을 수색하면 시신을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플라이’를 그렇게 외쳐댔다. 그는 어김없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도 모습을 보였다.

각종 사고 현장에 얼굴을 비친 일부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은 고인을 추모하거나, 사고현장을 수습하러 간 게 아니라 추모 열기와 참사현장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너무나 뻔했다.

정치인들의 사고 현장 방문을 모두 매도할 일은 아니지만, 일부 의원의 부적절한 행태는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쳤다.

국민이 아픈 데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 정치이고, 행정일 터. 그러나 위로는커녕 상처만 안겨주는 사진 촬영과 같은 ‘숟가락 얹기’를 제발 그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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