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비극적인 침몰 사고가 벌어진 세월호의 선장이 마지막까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선장의 자랑스런 전통을 깼다고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타이타닉호가 1912년 처녀항해에서 침몰한 이후 선장은 가라앉는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관념이 알게 모르게 대중문화 속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 이어 한국의 세월호 선장이 불과 2년여 만에 두 번째로 자신의 생명을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승객 앞에 두고 먼저 배를 버리고 달아나는 일이 발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많이 퍼진 사진 가운데는 한국인 선장이 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세월호에서 탈출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그는 수백명의 승객들이 밀려드는 물과 파편 속에 갇혀 고립된 상황에도 안전하게 탈출했다.
이런 행동에 이준석(69) 선장은 한국의 블로거 사이에 ‘세월호의 악마’라는 별명이 붙여졌으며 결국 그는 구속됐다.
해양 전문가들은 이런 선장의 행위가 암묵적으로 국제사회와 한국에서 받아들여졌던 선장의 자랑스런 직무를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군 지휘관이었으며 상선 등의 선장이었던 윌리엄 도허티는 “447명 승객을 뒤로하고 배를 떠난 이 선장의 결정은 불명예스러운 것이며 이탈리아 해안에서 좌초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선장과 비슷하다”며 “500명에 가까운 영혼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가장 먼저 구명보트에 올라탔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장이 배에서 가장 늦게 떠나야 한다고 명쾌하게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탈출을 가장 잘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선장이며 선장이 구명보트를 내리거나 다른 선박으로 승객을 인도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타닉 침몰 2년 뒤인 1914년 제정됐던 국제조약인 해상인명안전협약에서는 ‘선장은 그의 배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후 개정된 규정에서는 승객들이 경보가 울리고 나서 30분 안에 배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월호는 가라앉는 데 2시간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많은 생존자는 선원들이 승객에게 계속 배에 머무르라고 지시했다고 증원했다. 선장은 나중에 대피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으나 이것이 승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 해군 규정은 민간보다 더욱 명확하다고 NYT는 전했다. 미 해군 역사전문가인 데이브 워너는 “18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해군 규정에 따르면 선장은 침몰하는 배에서 가능한 한 오래 남아있어야 하며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구조작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