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해외로…해외로….'
국내증권사들이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2년 이후 국내 증권시장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개방될 무렵에는 런던 등 선진시장의 금융기업을 배우기 위한 해외 진출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십여년 흐른 지금은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상대로 직접투자를 통해 이익을 내기 위한 진출로 변모하고 있다.
현지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가 출시되는가 하면 자산운용사 설립을 통한 본격적인 영업 토대를 구축하는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베트남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한국 사모 월드와이드 베트남 혼합투자신탁 1호' 펀드는 지난달 27일 내놓았다.
펀드 자산의 95%이 베트남 국영기업을 민영화시키는 과정에서 매각되는 지분에 집중투자되며, 기업공개 이후 이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총괄부사장은 "과거 국내시장의 POSCO, KT&G 등의 민영화 과정에 비춰볼 때, 향후 베트남에서 민영화되는 현지 기업들에 대한 투자 수익률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룹내 자산운용사가 먼저 해외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케이스다. 미래에셋은 2003년과 2004년에 세운 홍콩운용, 싱가포르운용을 통해 '차이나(인디아) 디스커버리 펀드' '솔로몬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향후 인도 두바이 , 중국, 베트남 등지로 자산운용사 설립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오는 7월에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대증권도 베트남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증권은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 관련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 외국계 운용사와의 제휴 등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말 중국의 시스템통합(SI) 업체 심천시보덕과기유한공사와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한 주간사 계약을 맺는 등 중국 시장 공략도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형사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브릿지증권은 작년 11월 베트남 자산관리공사(DATC) 및 탕롱(ThangLong)증권과 양해각서를 체결, 베트남 부실금융기관의 채권 투자·M&A·인프라 투자 등 다양한 신규사업을 병진행하고 있다. 브릿지증권은 특히 베트남에 이어 중국, 카자흐스탄 등에도 사업 교두보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메리츠증권은 IB본부 내 국제영업팀을 중심으로 국내증권사들의 진출이 없는 캄보디아 등 틈새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중국의 스피커 제조업체 3NOD를 국내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한 주간사 계약을 맺는 등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한편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는 사무소 9곳, 현지법인 19곳, 지점 1곳 등 총 29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해외점포를 보유한 곳은 현대증권으로 상해(사무소) 동경(지점) 뉴욕, 동경, 런던, 홍콩(이상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