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이틀 만인 3일 국·실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자기 사람으로 꾸렸던 청문회 태스크포스(TF)팀 사람들을 전격 발탁하고 김중수 전임 총재 시절 승승장구 하던 인물들은 한직으로 배치시켰다.
한은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경영국장 자리에는 임형준 통화정책국 부국장이 임명됐다. 임 국장은 이 총재의 인사청문회 TF에서 총무팀장을 맡았다. 이 총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비서실장에는 김현기 통화정책국 자본시장팀장이 발탁됐다. 김 실장도 인사청문회 TF의 정책팀에서 이 총재와 함께 한 바 있다.
커뮤니케이션국은 차현진 기획협력국장이 맡게 됐다. 김 전 총재가 신설한 커뮤니케이션국은 이 총재가 오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번에 한은 안팎으로 신망이 높은 차 국장이 임명되면서 커뮤니케이션국은 앞으로도 한은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도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책효과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차 국장이 나온 기획협력국장 자리에는 이홍철 인천본부장이 임명됐다.
반면 김 전 총재 시절의 주요 인사들은 한직으로 물러났다. 이명종 인사경영국장은 인재개발원 전문역으로, 안희욱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인천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정상돈 비서실장은 2급 통화정책국 부국장으로 이동했다. ‘김중수 지우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앞서 인사방침에 대해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직원들이 긴 안목에서 자기를 연마하고 진정으로 은행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사에는 통화정책국과 조사국 등 통화정책 관련 부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은 안팎에서는 경영·기획 관련 부서의 인사를 먼저 단행함으로써 이 총재가 취임사에서 밝힌 경영관리 체계 점검에 속도를 내고, 총재 교체에 따른 대규모 인사이동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