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는 사회불안과 사회공포증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누구든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타인 앞에 발표를 할 때 경험하는 증세를 슬기롭게 다루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불안은 네 가지 형태를 띤다. 이들 가운데 무대공포증처럼 일시적 불안과 수줍음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그런데 사회공포증이나 회피성 인격장애의 경우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들은 사회공포증과 회피성 인격장애는 정신장애의 하나로 질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가 내리는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사회공포증은 존재를 마비시키는 진정한 정신질환으로, 매우 심각한 고통과 불편을 야기한다. 마찬가지로 회피성 인격장애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성이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심각하지 않더라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참조할 만한 실용적 조언이 많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문제는 인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은 누구든지 어떤 자극을 받으면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특정 자극을 받을 때면 이것저것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어떤 생각을 떠올린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이를 ‘인지’라고 부른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자동적 생각들이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과 어떤 생각은 불안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여러분이 발표를 마쳤을 때 어떤 사람이 질문을 던진다고 가정해 보자. 다수의 사람들은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들이지만 또 어떤 발표자는 적대적 생각을 가진 상대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두 번 이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없지만 발표를 할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증세가 좀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번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노출 기법을 사용해 볼 수 있다. 노출 기법은 잘게 나누고 줄을 세우는 방법을 말한다. ‘타인 앞에 서면 당황한다’라는 문제라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 때 그런지를 꼼꼼히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상황을 리스트로 만들 수 있다면 좋다. 그 다음에는 빈도가 가장 많거나 강도가 센 순서로 노출을 연습해야 한다. 저자가 다루는 사례들은 결코 이론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당황스러운 상태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다음으로 비교적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특정 자극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회불안은 무엇보다도 평가에 대한 불안이다. 이를 로마시대의 철학자는 ‘인간을 불안에 빠뜨리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인간이 사물에 대해 갖는 의견들’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이 자주 보이는 생각의 유형과 전환 방법을 이 책은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저자는 인지 치료는 행동 연습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증세가 경미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발표를 할 때 지나치기 경직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