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만 관객을 돌파한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1000만 애니메이션 신화 ‘겨울왕국’의 엘사 등 여성 캐릭터들이 주도했던 2014년 초반 스크린에 남성 배우들이 돌아온다. 오는 4월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방황하는 칼날’의 정재영, 이성민과 ‘가시’의 장혁을 시작으로 ‘표적’의 류승룡, ‘역린’의 현빈, ‘인간중독’ 송승헌 등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톱 남자배우들이 극장가 남자배우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극장가 남자배우 전성시대는 2년 연속 1억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전성시대를 연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나타났다. 작년 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변호인’의 송강호는 ‘설국열차’, ‘관상’을 통해 극장산업 전반적으로 활기를 불어넣었고,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 ‘신세계’ 황정민, 이정재, ‘숨바꼭질’ 손현주,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등 흥행작의 전면에는 남자배우들이 있었다.
이 같은 남자배우 대세론에 대해 김진호 영화평론가는 “영화 관객 수가 증가한 만큼 관객의 수준도 높아졌다. 이제는 잘생기고 매력 있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흡입력 있게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검증된 남자배우들의 연기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장르의 출현도 극장가 남자배우 열풍에 힘을 싣는다는 분석이다. 한국영화의 질이 향상되면서 액션, 스릴러, 판타지, 사극 등을 접목한 복합 장르가 관객의 사랑을 받게 됐고, 장르물의 스토리 전개가 남자배우 위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멜로물은 힘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역대 흥행작만 봐도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해운대’, ‘괴물’, ‘왕의 남자’ 등으로 분포되며 정통 멜로극의 흥행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조선미녀삼총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우리 극장가에는 여성 영화보다 남성 위주의 영화가 더 선호되는 상황이다. 자연히 남자배우 주연의 흥행작이 득세하게 되고, 이들 배우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극장가 관객층의 변화도 남자배우의 흥행 대세론에 힘을 싣고 있다. 20대보다 40대 관객이 늘고 중장년층 남성 관객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남성성이 강하게 드러난 캐릭터나 빼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송강호, 하정우, 최민식 등 남성 스타들이 흥행을 이끄는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4월 이후에도 남자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사극 대작들이 최고 기대작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5월 개봉작 ‘역린’의 현빈부터 7월 ‘군도: 민란의 시대’ 하정우, 강동원, ‘명량: 회오리 바다’의 최민식, 류승룡, ‘협녀: 칼의 기억’의 이병헌 등이 전면에 나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