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의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해 마련된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사항에 대해 대규모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등 53개 대형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약 1만개(응답률 17.61%)를 대상으로 지난해 3~10월 실시한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납품업체들은 주로 △서면미약정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부당반품 △판촉비용 전가 등의 불공정 거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서면약정을 맺지 않는 불공정행위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업체의 3~4%는 거래기본계약이나 판매장려금 지급, 판촉사원 파견, 판매촉진비용 부담 등의 계약에서 서면약정을 체결하지 않거나 사후에 체결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납품업체의 1.76%는 대형유통업체로부터 부당하게 경영정보 제공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고 납품업체 1.8%는 부당반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부당하게 요구받은 경영정보 유형은 경쟁업체 매출에 대한 정보(16개), 상품원가정보(14개), 경쟁업체에 대한 공급조건(11개) 순이었다. 모두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에게 이 같은 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받은 상품을 반품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납품업체 1.7%는 대형유통업체가 주도하는 판매촉진행사에 참가하면서 절반이 넘는 비용을 부담했다고 응답했다. 이 또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의 판촉비용 분담비율이 최대 5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대형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다양한 애로사항을 제기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매입액의 일정비율을 내야 하는 물류비가 부당하며 그 수준도 과도하다고 답했으며 판매부진 등을 이유로 매출을 강요하거나 판촉행사를 자주 요구하는 데 따른 부담도 크다고 답했다. 인터넷쇼핑의 경우 최저가 납품을 강요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정위는 이번 서면조사에서 법위반 혐의가 나타난 주요 대형유통업체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이뤄진 제도개선 사항이 거래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이행점검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송정원 유통거래과장은 “유통분야에서의 불공정거래행태가 작년보다는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철저히 점검하고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