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야심차게 내놓은 전기차 e-골프는 내연기관 차량의 파워풀한 가속성까지 담았다. 기존 골프 모델에서 내연기관이 빠지고 전기 배터리로 바뀐 것 말고는 골프의 느낌과 주행감 이 모든 것을 그대로 살렸다. 실제 외관 상으로는 일반 골프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e-골프를 타고 시내 40km를 달려봤다. 먼저 폭스바겐 미디어 시승회장에서 차 열쇠와 아이폰을 받았다. 아이폰에서 폭스바겐 ‘카-넷 e-리모트(Car-Net e-Remote)’ 앱을 실행했다. 스마트폰에 차량의 주행가능 거리와 배터리 잔량 등을 확인했다. 목표한 거리를 주행하는 데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을 하고 운전석에 올랐다.
키를 돌리자 조용히 시동이 걸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이 시동이 걸렸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하다. 그만큼 전기차는 정숙성을 자랑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차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갔다. 도로 주행에서도 풍절음 외에는 자동차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느끼는 엔진 소음을 느낄 수 없어 운전의 재미와 차량의 진행 속도감을 반감시킬 수도 있다. 또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보행자 안전 문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들 차량 특유의 정숙성 탓에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속화도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속도를 더 내봤다.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전기차 치고 굉장히 파워풀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가속성만큼은 비 전기차와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원하는 속도를 내고 감속하는데 굉장히 탁월했다.
e-골프의 최고속도는 140km/h,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4초다. 115 마력의 전기 모터가 장착됐고, 토크는 27.6kg·m를 자랑한다. 배터리를 완충했을 경우 최대 19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시내에서 출발과 정지는 부드럽게 컨트롤 할 수 있었다. 폭스바겐의 철학인 달리고 멈추는 기본에 충실한 자동차를 그대로 반영했다.
e-골프의 드라이빙 모드는 총 3가지다. 노멀과 에코, 에코플러스다. e-골프는 ‘노멀’ 모드에서 자동으로 시작된다. 주행가능 범위를 확대하고 싶은 운전자를 위한 첫째 옵션은 ‘에코’ 모드다. 전기 모터의 최대 전력은 70kW로 줄어들고 최대 시속은 140km/h에서 115km/h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냉난방장치 출력이 줄고 가속 페달의 응답 곡선이 변경된다. ‘에코플러스’ 모드에서는 전자장치가 전력 출력을 55kW로 제한하고, 냉난방장치 가동은 중지된다. 최고속도는 시속 90km로 제한되고 더 천천히 가속된다.
e-골프는 분명 골프 특유의 느낌과 장점을 살린 좋은 차다. 하지만 배터리 문제와 충전 인프라구축은 여전히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다. 한 번의 완충으로 190km까지 주행할 수 있지만, 출, 퇴근과 시내 주행을 제외하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다른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다.
앞으로 책정될 차량의 가격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연비와 승차감·정숙성, 차량 퍼포먼스를 감안한다면 괜찮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골프는 독일에서 3만4900유로(약 519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 골프 TDI와의 가격 차이는 약 3000유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