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0년대. 국내 주식시장의 활황기를 꼽자면 2000년대 중후반을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2005~2007년은 적립식펀드 열풍과 중국 경기성장에 따른 글로벌 호황으로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며 개인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특히 2007년도 하반기 처음으로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주식시장에 적립식펀드 ‘신드롬’이 불었다. 그러나 불과 1년 후인 2008년 하반기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는 1000선 아래로 급락했다.
재테크 1순위로 꼽혔던 적립식펀드의 원금은 반토막이 났다. 그야말로 투자자들은 1년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고통을 맞봤다. 물론 급락했던 코스피는 꾸준히 올라 2010년 2000선을 회복지만, 2011년 이후 3년이 지나도록 1800~2050포인트 박스권에서 머물고 있다.
지난 10년(2004~2013년) 주식시장의 우여곡절을 함께 겪으며 한 단계 성숙해진 투자자들은 같은 시간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을까.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4년 700선까지 내려간 코스피는 2005년 1000선을 넘어 2006년 1400선, 2007년 2000선까지 뛰었다. 그러다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는 1000선 아래로 고꾸라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하락한 후에도 2010년까지 2000선을 회복한 뒤 현재는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을 기준으로 개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은 2004년 49.1%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9년 61.0%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한 뒤 지난해 47.0%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법인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은 2004년 32.2%에서 2013년 41.0%로 급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험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액티브 투자보다는 패시브 투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를 꺼리는 성향이 생기며 기관의 보유주식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패러다임 변화로 거래 규모가 줄며 증권사 실적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62개 증권사는 2013회계연도(2013년 4월∼12월) 기준 10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기준 실질투자자는 481만명으로 2004년 292만명 대비 1.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보유주식수는 3.37개 종목으로 2004년 2.6개 종목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의 인기 종목도 변했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아자동차의 실질주주가 22만645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의 순이었다. 2004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실질주주 23만587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T&G, KTF, 한국전력, 삼성전자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