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모바일 광고시장에 외국계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산 온라인업체의 광고시장 점유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반면, 토종 업체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온라인·모바일 광고시장을 외국 기업에 모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온라인광고협회와 포털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시장 규모는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업체는 오히려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튜브를 앞세운 구글과 전 세계 엄지족을 장악한 페이스북이 국내 온라인·모바일 광고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이들에게만 광고쏠림현상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마저 국내 온라인 광고업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어 업계에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고업계에선 온라인과 모바일 분야의 올해 광고시장 규모를 약 2조8,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부분이 지난해보다 3.5%가 늘어난 2조730억원, 모바일 부분이 지난해에 비해 68% 증가한 7750억원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온라인·모바일 광고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는 대표적인 곳이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국내에서 배너·동영상·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디스플레이 광고’로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400억원을 기록한 2012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구글은 지난해 모바일 광고에서도 전체 시장의 9%에 해당하는 430억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올해엔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광고 매출을 전년도에 비해 2배 더 늘린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페이스북도 모바일을 중심으로 광고 매출을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디스플레이 광고와 모바일 광고로 약 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역시 전년도 보다 2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모바일 광고에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개편해 모바일 뉴스피드에 동영상 광고를 접목하는 등 신규 수익 창출에 본격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온라인 업체들은 침체위기다. 국내 1위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의 지난해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3235억원으로 전년보다 7%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광고에 주력했던 다음도 0.4% 증가한 2305억원에 그쳤다.
우리나라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점유율이 아직 낮은 편이지만, 이들의 강력한 약진은 국내 포털 사업자와 온라인 광고 집행을 대행하는 온라인 미디어렙사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구글은 대행사 없이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자체 광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온라인 미디어렙사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판도라TV 등 국내 동영상 유통 업체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마저 토종 온라인 미디어렙사의 활동을 제약하는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어 업계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온라인 광고업 진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말 방송광고를 독점해온 코바코의 온라인·모바일 광고 진출을 독려하는 내용이 담긴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국내 온라인광고 영업을 벌이고 있는 10개의 대형 민간업체와 300여개의 군소업체는 이런 정부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코바코가 온라인 광고에 진출하는 것은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해친다는 것이다.
코바코는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 광고 분야 진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 미디어렙사 고위 관계자는 “중국·러시아·한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구글·페이스북·야후가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정부가 근시안적인 정책을 계속 내놓는다면 우리나라도 외국계 기업에 광고 시장을 넘겨주는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