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vs. “살생”…마트 PB의 명암

입력 2014-03-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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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도용·저가납품 등 생산업체 유통업체에 종속

PB(Private Brand)제품은 유통업체가 기획하고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에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붙인 형태다. 이마트는 프리미엄급 상품인 ‘베스트’, 중간급인 ‘이마트(E-MART)’, 실속형 제품에 ‘세이브’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프리미엄’, ‘좋은’, ‘알뜰’로 PB상품을 세분화했고 모기업 테스코 PB제품도 함께 선보인다. 롯데마트는 ‘프라임L’, ‘초이스L’, ‘세이브L’ 브랜드와 함께 2011년부터 ‘통큰’, ‘손큰’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명(明), 제조업체ㆍ유통업체ㆍ소비자 ‘윈윈’ =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중 PB상품 비중은 롯데마트 25%, 이마트 22%, 홈플러스 24.5%다. 대형마트 3사의 1년 PB 상품 매출을 합하면 8조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PB 상품은 제조사나 유통사 모두 별도의 브랜드 홍보나 마케팅 활동이 필요없어 가격경쟁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생소한 브랜드라도 쉽게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며 “특히 의류나 화장품, 생활용품 등 상대적 고마진 제품군에서 PB상품을 확대하는 것은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PB상품은 중간 유통과정이 적고, 가격이 저렴한 덕분에 별도 프로모션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 마케팅비 부담도 적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PB상품 매출 총이익률을 40~50%로 추정했다. 일반 상품은 30%대다.

제조업체 역시 함박웃음이다. PB상품을 통해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며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것.

지난 1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는 롯데마트의 MPB(Manufacturing private brand) 제품을 한국형 동반성장모델로 꼽았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위해 PB상품에 중소기업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유통업체 브랜드는 품질보증 차원에서 표시하는 방법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것. 대표적인 MPB상품인 ‘어깨동무’ 협동조합 두부 매출은 현재 롯데마트 두부 전체 매출 30%가 넘으며, 2015년까지 국내 두부시장 점유율 15%를 목표로 하고 있다.

PB제품은 중소업체가 유통업체 인프라를 통해 보다 쉽게 해외에 진출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마트 ‘PL상품 수출전담 TF’는 A.S.왓슨의 유통채널을 통해 국내 35개 업체, 60여개 상품을 홍콩 등 동남아에 소개했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통관철차 등 거래비용을 직접 들이지 않고 이마트와 함께 해외에 진출한 셈이다.

◇암(暗), 인기제품 베끼기…제조사 종속 ‘울며 겨자먹기’ = 롯데마트 ‘통큰 초코파이’, 이마트의 ‘이마트 커피우유’, 홈플러스 ‘좋은상품 왕새우’는 PB상품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 있다. 각각 오리온 ‘초코파이’, 서울우유 ‘삼각커피우유’, 농심 ‘새우깡’과 매우 흡사한 외관으로 지적받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PB상품 상당수가 기존 인기 상품을 베낀 ‘미투(me too)’ 상품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유통업계에서도 PB상품이 기존 상품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PB제품은 품질과 가격 위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기존 베스트셀러 중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며 “1~2등 제품을 많이 연구해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도용당한 납품업체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 중에서도 대형마트는 ‘슈퍼갑’이기 때문에 우리 제품을 베꼈다는 심증은 있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 몇 회사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나”라며 “문제를 제기하려면 소송까지 해야 하는데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PB상품 생산업체가 유통업체에 종속된다는 문제점도 꾸준히 지적된다. 이승창 항공대 교수팀 조사에서는 제조업체 55곳 중 34.5%가 PB상품 저가 납품을 강요받았다고 답했고, 이정희 중앙대 교수팀이 식품 제조업체 2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형마트에 PB상품을 공급하는 이유 중 ‘대형마트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27.5%로 가장 많았다.

협력업체들은 자사 브랜드를 숨긴 PB 매출이 높아지는 만큼 자체브랜드 점유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제 살 깎아먹기’로 납품을 계속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는 “고정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당장은 좋지만, 납품가를 확 깎은 PB상품보다 비싼 우리 브랜드 매출은 지지부진해졌다”며 “생산단가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PB상품이 수익성 면에서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관계자는 “PB브랜드와 중소 브랜드 모두 다양한 브랜드와 가격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저렴한 가격의 PB상품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방어기제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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