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미국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 사장은 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들어가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를 당대에 끝내지 않고 임직원의 자손대까지 물려주기 위해서는 살림이 어려워도 미국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초 국내 출시를 앞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100’이 미국에 나갈 첫 주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의 까다로운 규제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해 진출 시기는 확정하기 어렵다고 이 사장은 덧붙였다.
이 사장은 “25만대 공장으로는 회사가 커질 수 없어 미국·중국에 다 가야 한다”며 “현대차가 발전한 것도 미국 진출 덕분이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생산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도 크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500만여대로 유럽 전체(1300만여대)보다 많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자동차 2000만여대가 팔렸다. 지분 7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도 쌍용차의 미국행을 응원하고 있다. 이 사장은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미국에 가지 않겠느냐”고 운을 띄우자 “당연히 가야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마힌드라에 돈 달라고 할 생각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우리가 가진 걸로 투자해서 들어가 돈 벌면 된다. 쌍용의 엔진과 미션을 탑재한 쌍용차로 미국에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해 목표로 잡은 연간 판매량 16만대는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쌍용차 수출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고 국내에서는 노동자 해고무효 판결, 통상임금 문제, 저탄소차협력금 도입 등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루블화가 10% 이상 평가 절하돼 러시아가 차를 못 사갈 지경”이라며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허용 범위 안에서 깎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난 손해는 중국내 실적 개선으로 메울 계획이다. 쌍용차는 작년 중국에서 7천여대를 판매했고, 올해는 2배가 넘는 1만5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한편 쌍용차는 회사명 변경을 위해 조만간 대국민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