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이 6일 새벽 2시(이하 한국시간) 그리스와 평가전을 치른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원정경기로 일부 부상선수를 제외하면 홍 감독은 이 경기에 가용 가능한 최정예 멤버를 구성했다.
홍명보 감독은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전제하며 “월드컵 준비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브라질월드컵에 나갈 최종엔트리를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경기”라는 말을 덧붙여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홍 감독은 지난 1월부터 2월 초까지 브라질과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며 세 번의 평가전을 치렀다. 하지만 2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코스타리카에 1-0으로 승리했을 뿐 멕시코와 미국에 각각 0-4, 0-2로 패했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승리도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일본과 중동,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15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단연 박주영(왓포드)이다. 홍 감독 부임 이후 첫 대표팀 발탁이다. 그간 아스널에서 철저히 전력 외로 분류됐던 그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2부리그 왓포드로 임대를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진 못하고 있다.
홍 감독이 박주영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대표 선수 명단 발표 당시 “그간의 선수 선발 기준과 다른 것은 사실”이라고 거론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 경기가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경기”라며 논란을 잠재웠다. 박주영에게는 그리스전이 브라질로 가기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부임 이후 줄곧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선발 기준”이라는 신념을 고집한 홍 감독이 스스로 ‘다른 선발 기준’임을 인정한 만큼 박주영이 브라질로 가기 위해서는 그리스전에서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주영 외의 유럽파들에게도 이번 그리스전은 의미가 크다. 이번 명단에는 박주영을 포함해 좌우 날개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볼 수 있는 7명의 유럽파가 포함됐다. 최종 엔트리 중 필드 선수는 20명임을 감안하면 모든 유럽파가 브라질로 갈 순 없다는 계산이다. 결국 1~2명은 탈락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레퀴야(카타르)에서 활약 중인 남태희와 국내파 이근호 등이 가세하면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그 밖에도 이번 그리스전에서는 주전 수문장도 어느 정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이전 마지막 공식 A매치인 만큼 정성룡과 김승규 중 주전을 낙점해야 하는 시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후반 45분씩을 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현지에 도착한 홍 감독은 “마지막 평가전인 만큼 컨디션 파악에 집중하겠다”며 출국 전과 같은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좋은 경기력을 기대한다”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그리스전을 끝으로 월드컵 개막 이전까지 공식 A매치 데이는 없다. 월드컵 이전 몇몇 평가전이 잡혀 있지만 사실상 엔트리는 모두 가려진 이후다. 그리스전을 마치면 향후 대표팀은 5월 10~13일 사이 30명의 예비 엔트리 명단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해야 한다. 5월 28일에 튀니지와 서울에서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다음날인 29일에는 23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 이후 대표팀은 5월 30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열흘 정도 머문 뒤 브라질로 향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허정무 감독은 최종 훈련지까지 26명을 동행시켰고 남아공 입성 이전 3명을 탈락시켰다. 하지만 홍 감독은 “대표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23명만으로 최종 훈련과 월드컵 본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