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직접 제기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4일 윤 장관이 이날부터 6일까지 제네바를 방문,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국제 인권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과 기여 의지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장관의 유엔 인권이사회 참석은 2006년 반기문 장관 이후 8년여 만으로, 윤 장관은 우리 정부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등 인권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장관은 유엔 등 국제무대 연설에서 외교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명시적 거론하면서 대일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우리 외교장관들은 ‘전시여성 인권’ 식의 우회적 표현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해 왔으나 이번에는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에서 ‘comfort women(위안부)’, ‘enforced sex slave(강제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한 바 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장관의 참석 배경에 대해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요 안건으로 다뤄왔고 일본 정부에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일본의 책임 인정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윤 장관은 이번 인권이사회 참석을 검토하다가 막판에 철회했으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입장을 재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의 '고노담화' 수정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했음에도 일본은 외려 문부과학성 부대신이 ‘일본군 위안부는 거짓말·사실 날조’라는 망언까지 펴는 등 과거사 도발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윤 장관은 연설에서 북한 내 반(反)인도범죄에 대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근 보고서와 관련,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함을 우려하고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연설에 이어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피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 등도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인권이사회 기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약 50여개국에서 외교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번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