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부를 합병한 것이 현대제철에 악재로 등장했다. 당초 냉연사업부 합병은 양사에 모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으나 현대자동차의 강판 가격인하 요구로 현대제철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졌다.
28일 철강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자동차의 강판 값 인하 요구에 따라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인수한 냉연사업부 중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내달부터 톤당 8~9만원 인하한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올해 판매 예상량 330톤에 가격 인하를 적용하면 약 2000억원의 영업이익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사업부문의 수익성이 현대제철로 넘어오자마자 뚝 떨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즈음 하이스코가 냉연 부문을 가지고 있을 때는 제값을 받아 수익이 나는 구조였으나 현대차가 원가 절감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현대제철은 냉연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의 수익은 별로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증권업계는 이번 합병을 호재로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당시“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 인수와 고로3기 가동으로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현대차의 입김 한 번으로 현대제철의 수익성 개선의 의지는 무너졌다. 특히 현대제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며 기댈 구석마저 사라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의 주가는 지난 24일 7만9600원에서 27일 현재 7만100원으로 나흘 만에 12%나 추락했다.
반면 하이스코는 냉연부문을 인적분할하며 가격 인하로 인한 수익성 타격을 피하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대신 현대·기아차 해외법인 증설에 따라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이스코는 북경현대차의 증설과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 생산 확대에 따라 현대기아차 해외법인과 동반 진출해 현지 자동차공장에 차강판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는 해외법인(해외스틸서비스 센터)의 올해 매출량이 6~7% 확대될 전망이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냉연설비의 인적분할 이후 현대하이스코의 주요 매출처는 해외스틸서비스 센터로 전환되며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현대하이스코의 해외스틸서비스 센터 중 가장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지닌 곳은 중국공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