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한 걸음을 내딛었네요.”
최근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슬로건을 표방하며 개혁 드라이브에 나서고 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뜬금없게도 최근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문구가 심심치않게 인용되고 있다. 무언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정상화’를 시키고 싶다는 소액주주들의 낮은 외침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SK하이닉스로의 완전편입을 앞두고 있는 실리콘화일에서 발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규정을 맞추기 위해 자회사인 실리콘화일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실리콘화일 지분 27.93%를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나머지 지분을 SK하이닉스 주식으로 바꿔 4월께 실리콘화일 주주들이게 나눠줄 계획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수는 총 418만9084주로 전체 지분의 49.61%에 해당한다.
그런데 회사의 기준주가에 근거해 산정된 주식교환비율이 문제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화일의 주식교환비율을 1대0.2232438로 결정했다. 주식교환에 반대할 경우 행사할 수 있는 공개매수가격도 8055원으로 정해졌다. 이같은 가격은 주식평가 기준일 당시 SK하이닉스와 실리콘화일의 주가 각각 3만5000원대, 8000원대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당시 기준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주식교환비율과 공개매수가격이 회사의 순자산가치나 수익가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경영권 인수에 대한 프리미엄(할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지난 2008년 실리콘화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유주식 117만9416주(29.84%)를 146억7900만원에 취득했다. 주당 12만4000원에 인수한 것으로 당시 실리콘화일은 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자기업이었다.
현재 실리콘화일은 시총 700억원, 자산총계 361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 기준 1009억원의 매출액과 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SK하이닉스가 30%의 지분율로 나머지 70%의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실리콘화일의 한 소액주주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결정된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주식교환비율이나 공개매수가격 등의 산정은 이미 법률상 근거가 정해져 있고, 과도하게 불공정하거나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없는 한 본안 소송에서도 무효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주식교환 과정에서 외환은행 주주에게 적용된 공개매수 가격이 적정한지를 판단해 달라는 소액주주의 청구에서도, 법원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주식매수 가격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소송을 제기한 실리콘화일 소액주주는 “이번 주식교환은 명백히 대기업에 의한 중소벤처기업 약탈행위라고 생각한다”며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고 밝혔다.
벤처기업 시절 대기업 투자는 고마운 일이지만 인지도 높은 대기업이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남용하면 대한민국 벤처기업은 씨가 마른다는 소액주주들의 외침, 소액주주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비정상화의 정상화 과제는 이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