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업종별 3위권 업체들의 주식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1등주(블루칩)도, 2등주(옐로칩)도 아니지만 이들 종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다.
업종 대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렴한 반면 업황 흐름에 따라 상위업체 못지 않은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3위권 기업이 증시에 합류하면서, 해당 업종의 테마 형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투자포인트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여행업) 신명(닭고기업) 사이버패스(전자결제업) 등 업종 3위주들의 증시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관광개발, 하나투어 따라잡나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매제인 김기병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1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를 통과, 이르면 오는 10월 안에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롯데관광개발은 롯데그룹과는 지분관계는 없고, '롯데'라는 상호만 사용하고 있지만, 여행업계에서의 입지는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여행업체의 영업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인 회사별 해외여행객 송출인원은 작년 기준으로 하나투어(57만2900명)가 1위였고, 모두투어(25만7163명) 롯데관광개발(22만3671명) 자유투어(18만2427명)가 뒤를 이었다.
그동안 여행업체들은 지난 2000년 11월 하나투어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래 5년 가까이 신규 상장이 없었다. 그러나 작년 7월 모두투어가 코스닥에 진출했고, 11월에는 자유투어가 기존 코스닥기업인 예스테크놀러지를 통해 우회상장했다. 이번에 롯데관광개발이 상장하면, 여행업계 '빅4'가 모두 주식시장에 진출하는 셈이다.
김성훈 부국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 한 곳만 상장했을 때는 비교대상이 없어 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이어 상위권 업체들이 상장하면서 앞으로 국민소득 증가, 주5일제 확산에 따른 여행시장 성장과 함께 테마 형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롯데관광개발이 '롯데'라는 브랜드 영향력과 ‘소매영업’에서 비롯되는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나투어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업계 1,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중소형 소매여행사에서 수수료를 지불하고 여행객을 모집하는 '도매영업'을 하고 있는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직접 여행객을 유치하는 '소매영업'을 하고 있어 가격경쟁력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명·사이버패스 '우리도 있다'
하림, 마니커에 이어 국내 닭고기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명은 셋톱박스 업체 디지탈멀티텍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디지탈멀티텍과 신명은 1대 0.9197주의 비율로 주식교환을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주식교환 후 신명은 디지탈멀티텍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이재철 신명 대표이사가 16.67%의 지분을 확보해 디지탈멀티텍의 최대주주에 등극하면서 사실상 우회상장하게 된다.
다음달 29일 열리는 디지탈멀티텍의 주총에서 이같은 주식교환건이 승인되면, 신명의 코스닥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신명에 따르면, 작년 기준 닭고기업계 점유율은 하림(31.2%) 마니커(7.2%) 신명(3.8%) 순이다. 신명(본사: 전북 정읍)은 하림(전북 익산)과 같이 전라북도에 본사가 있고, 이재철 대표이사가 하림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편 지난 13일 코스닥심사를 통과한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사이버패스도 다날, 모빌리언스 등 기존 상장업체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데이콤의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사이버패스는 유선전화결제(점유율 43%, 1위)를 주축으로 휴대폰(7%, 4위), 상품권 결제(40%, 1위) 등에서 고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