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 1년을 대체로 무난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경제활성화의 마중물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불통인사와 경제민주화 후퇴와 모호한 창조경제 개념은 정부의 실행능력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안은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잇따른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개혁의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한국경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과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의 평가절하 등으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커졌다. 특히 한국경제는 저성장 기조와 본격적인 고령화로 향후 3~4년 사이에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등 날지 못하면 추락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이투데이는 ‘한국경제, 날지 못하면 추락한다’는 시리즈를 통해 박근혜 정부 1년을 되돌아보고 남은 4년 동안 한국경제가 다시 비상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엔저, 신흥국 금융불안까지 대외적 악재에도 주요 거시지표는 경기활성화 정책 효과의 혜택을 톡톡히 입었다. 그러나 지표상의 온기는 아랫목에서만 돌 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의 경기는 냉골이었다. 수출, 대기업, 제조업 중심 성장 패러다임의 영향으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민간에게까지 경기 회복세가 퍼지진 않은 것이다.
◇거시 경제지표 개선…사상 최대 수출에 성장률 반등 =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8%를 기록, 3년 만에 반등했다. 연간 성장률은 2010년 6.3%에서 2011년 3.7%, 2012년 2.0%로 낮아지다가 지난해 다시 전년 대비 0.8%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경기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9%를 기록, 2·3분기와 같은 1%대 성장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경기회복세는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작년 신규 취업자 수도 38만6000명(정부 예상치)으로 작년 3월 정부가 제시한 25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취업자가 70만5000명 늘어 2002년 3월(84만2000명) 이후 1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작년 한해 수출은 5597억 달러로 2012년보다 2.2% 증가한 반면 수입은 5155억 달러로 0.8% 감소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인 2012년의 480억8000만 달러보다 226억9000만 달러(47.2%) 많다. 3년 연속 무역 규모 1조 달러에 사상 최대 수출과 무역흑자라는 ‘무역 3관왕(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도 안았다.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작년 유가와 원자재 가격, 농산물 가격 안정에 힘입어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에 불과했다.
대외 건전성도 크게 개선된 모습이었다. 작년 말 기준 총 전체 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은 31.1%에서 27.1%로 떨어졌다. 외환보유액 역시 1년간 3270억 달러에서 3450억 달러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소비 등 민간부문 회복 부진…체감경기 냉랭 = 지난 1년간 우리나라는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제조업과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면서 내수(소비·투자)가 활력을 잃은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5.0%를 기록하며 2012년(-2.0%)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투자 선행지표인 제조업 평균 가동률 역시 2012년 78.1%에서 작년 75.9%로 내려앉았다. 투자 부진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투자할 만큼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엔저나 신흥국 금융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이 컸다. 정부 대책의 국회 처리 지연과 각종 규제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렸다.
작년 서비스업 생산은 1.3% 증가했지만 전년(1.6%)과 2012년(3.2%)보다는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 부진과 맞물려 지난해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3년(-3.1%) 이후 최저치였다.
기업들이 수익을 내면서 경제지표는 좋아졌지만 신규 일자리 증가나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가계지출 여력은 크게 줄었다. 여기에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부담까지 더해져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꽁꽁 닫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작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6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 증가율도 0.8%로 전년(3.8%)보다 2.0%포인트나 떨어졌다.
더욱 문제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득이 있어도 가계의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처분 가능한 소득에 대한 소비 지출액의 비율을 뜻하는 평균 소비성향은 작년 73.4%를 기록, 통계가 산출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가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펴도 소비위축이 해소되지 않은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육료 지원 등 정부의 정책지원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비지출이 더 크게 늘 것”이라면서 “경기회복세가 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 가계의 소비심리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