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지난 19일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4개 대형 건설사와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를 맺어 미화 약 60억4000만달러(한화 약 6조4400억원)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했다.
뒤이어 칠레 공공사업부에서 발주한 미화 6억4800만달러 규모의 차카오(Chacao) 교량공사를 브라질 건설업체 OAS사와 공동으로 수주하며 칠레 건설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라크와 칠레에서 수주한 공사의 현대건설 지분은 각각 37.5%, 51%로 19일 환율기준 2조7649억원(이라크: 2조4133억, 칠레: 351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수주한 총 수주액(109억달러)의 5분의1 수준으로 지난해 포스코건설이 한해 동안 수주한 금액(17.6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주액이다.
이라크에서 수주한 공사는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한국 기업 4개사가 협력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해외 공사 수주를 위한 국내 업체간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수주는 해외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 따낸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칠레 차카오 대교공사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현대건설이 고군분투 해오던 결과물이다.
현대건설은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을 위해 2010년 콜롬비아 보고타에 현지 첫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2012년에는 베네수엘라와 우루과이에 지사를 세워 이들 지역에서 수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최근 성과들이 정수현 사장이 취임하며 시작한 체질개선의 결과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채권단 소유로 있다가 201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정수현 사장이 취임하며 보수적 경영을 펼쳤다. 전체 해외 수주가 2010년의 절반에 그쳤을 정도로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결국 당시에 몸을 사렸던 정수현의 방침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시평순위 10위권 대형건설사들이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가운데 홀로 어닝 쇼크의 늪에서 빠져나와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평소 “저가 수주는 곧 국부 유출이다”고 말할 정도로 선별수주를 중시한 만큼 당분간 현대건설의 수익성은 향상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다”면서 “시장이 특정지역에 집중되다 보면 경쟁이 치열해져 저가 수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신흥시장 진출 등을 통해 해외 시장을 다변화 하고 미래 신성장 사업을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