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버린 아이스크림값 정찰제

입력 2014-02-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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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할인' 여전…빙과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반값 아이스크림’의 판매 관행을 없앤다는 취지로 시행된 가격정찰제가 빙과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판매점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다.

가격을 정상화하기 위해 업계가 내놓은 대책이 바로 정찰제(권장소비자가격 표시). 그러나 일부 품목에만 적용될 뿐 별 다른 진전이 없다. 할인을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로 물러서 있고, 롯데제과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의 참여도 저조하다. 빙과업체들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찰제의 적극 시행을 원하지만 점주들의 반발이 거세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행 2년 지났지만 유명무실한 정찰제=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최근 권장소비자 가격제도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 월드콘과 설레임의 용량을 기존 160㎖에서 170㎖으로, 더블비안코를 185㎖에서 210㎖로 늘리면서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제과 측은 “1등 기업이 나서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권장소비자가격을 책정해야 반값 할인이라는 관행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쉽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오픈 프라이스제도(자율가격표시제)를 폐지하면서 권장소비자 가격 제도를 부활시켰다. 국내 빙과시장에서는 지난 2012년 4월 롯데제과가 일부 품목에 적용하면서 처음 시행했다.

롯데제과가 정찰제 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경쟁사의 동참이 좀처럼 이어지지 않으면서 효과는 유명무실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되는 빙과류 제품 대부분이 권장소비자가를 거의 표시하지 않고 있으며 할인 경쟁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작년 상반기까지 적용 폼목을 20개로 늘렸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4를 대상으로 정찰제를 시행하면서 현재 30개 제품에 대해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하고 있다. 빙그레와 해태제과는 각각 8개, 10개 품목에 그친다.

◇점주 눈치에… 정찰제 의무화해야= 롯데제과의 ‘찰떡아이스’, 빙그레의 ‘비비빅’ 등 주요 제품에 정찰제가 적용됐지만 올해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특히 업체들은 아이스크림 부문 수익이 계속 악화되면서 실적 개선을 위해 정찰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LIG투자증권 측은 “아이스크림 할인 경쟁이 심화되면서 해태제과는 2012년 빙과 부문에서 13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고, 작년 역시 비슷한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요 매출처인 소매점의 요구로 빙과업체들의 평균판매단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빙과업체의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대는 순탄치 않다. 특히 점주의 반발 때문에 정찰제는 대표 제품에 한정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 제품은 정찰제를 적용해도 점주들이 제품을 판매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제품은 정찰제 시행과 동시에 퇴출시킨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찰제가 법적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가격 표시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점주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찰제가 의무화되면 왜곡된 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에 부담을 갖는 유통업체의 반발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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