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방송이 계속되는 사이 이용대는 김기정과 함께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간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13일에는 협회 관계자와 이용대, 김기정 등이 직접 덴마크로 날아가 세계반도핑기구(WADA) 청문회에 참석해 무혐의를 주장했지만 징계는 뒤집히지 않았다.
내막을 살펴보자. 두 선수가 징계를 받은 이유는 금지약물 복용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수많은 국제대회들을 통해 도핑테스트를 받아왔고 양성반응이 나온 적이 없다. 이번 징계는 지난 해 무려 세 차례나 소재지 보고 의무를 어겨서 받은 징계다. 각국 배드민턴 대표들은 불시에 있을 수 있는 WADA의 불심 도핑테스트에 대비해 소재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분기별로 BWF 홈페이지 내 ‘소재지 기입 프로그램’에 선수들의 소재지를 날짜별로 기입하면 이를 토대로 WADA가 순전히 랜덤으로 불시에 검사관을 보내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문제는 지난해 3월과 9월 그리고 11월에 걸쳐 이미 3번이나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관들은 기입된 바대로 태릉선수촌으로 향했지만 선수들을 만나지 못했다. 3월에는 소속팀에서 훈련중이었고 11월에는 전주 골드그랑프리에 출전중이었다. 9월은 더욱 황당하다. 협회가 선수 소재지 정보를 기입하는 시간을 넘겨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결과적으로 3번의 기회를 모두 날리면서 ‘삼진아웃’을 당해 1년의 자격정지가 확정됐다.
결국 협회의 실수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떠안게 됐다. 관건은 이들이 9월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느냐다. 협회는 뒤늦게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를 제기한다는 방침이지만 무려 3번이나 기회를 놓친 점은 참작되기 어렵고 CAS의 판결은 강제 사항도 아니다.
협회는 이미 징계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28일 BWF의 홈페이지에 내용이 공개되며 언론에 알려지자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회 관계자는 “BWF와 WADA의 제재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불합리한 징계”라고 항변했다. “불시에 검사단이 태릉선수촌으로 찾아와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렇다. 유래가 있을리 없다. 이처럼 3번이나 똑같은, 그것도 단순한 실수를 반복하는 협회는 없으니 유래도 있을 리가 없지 않나. 황당하기 짝이 없는 항변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소재지를 일 단위로 손쉽게 수정할 수 있음에도 무려 3번이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 점에 대해 협회는 “선수 관리를 잘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선수 관리를 잘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잘못이 없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사실을 사과해야 했다. BWF의 징계가 “불공정하다”,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하기 전에 지극히 기본적인 사항만 지켰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일이다.
사실상 이번 징계는 뒤집힐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CAS로부터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 해도 강제성이 없는 것은 물론 판결까지 얼마나 많은 기간이 소요될지도 알 수 없다.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회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용대와 김기정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협회에서 책임을 지겠다”고도 공언했다.
협회 관계자의 말대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하지만 출전하지 못한다 해도 이른바 ‘높은 분’ 몇 명이 퇴진하면 그뿐이다. 그리고 아무 잘못 없는 선수들이 받게 될 피해는 높은 분 몇 명의 퇴진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협회는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