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인도·스위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옴에 따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과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관련 부처 장관들에 대한 문책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기간 중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전화를 걸어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유출 경로를 철저히 파악하고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하라”고 주문했다. AI 발생과 관련해서도 스위스에서 철새 이동경로를 파악해 방역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파문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 논란까지 겹쳐 사태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부총리는 앞서 22일 경제관계장관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에게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고 말해 피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자 현 부총리는 23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포괄적 동의요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만큼 이런 잘못된 관행이 고쳐질 수 있도록 앞으로 금융소비자도 금융거래 시 꼼꼼하게 정보동의 제공동의서를 살펴볼 필요성 있다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라는 해명이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급기야 현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는 금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엄격히 묻도록 하겠다”며 “불안과 불편을 겪고 계시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부처 수장이 고객정보 유출의 책임을 정보제공에 동의해준 국민 개개인에게 돌리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수습하기는 커녕 민심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다. 현 부총리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른 것을 계기로 현 부총리에 대한 경질론과 함께 한동안 잠잠했던 개각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을 당연히 따지고 물어야지 도대체 눈감고 넘어갈 생각인가”라며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이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매도한 현 부총리는 사퇴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카드사태와 관련해선 현 부총리와 함께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교체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고병원성 AI 확산에 대비해 철새 이동 경로를 파악해 방역 대책을 철저히 세우라고 지시했음에도 AI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