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여직원 30억 횡령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포스코건설 여직원 30억원 횡령 사건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들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보안이 철저해야 할 핵심을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점에서, 식상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들 수 있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경기도 안양 하수처리장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이 공사장 근로자의 숙소 임차보증금 등을 과다청구하는 방식으로 대금 30억원 가량을 횡령했다. 이 여직원은 결재 권한이 있는 회사 간부가 업무 처리 편의를 위해 결재시스템 접속권한을 알려줘 대금을 빼돌릴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이 어떻게 입사 6개월 만에 횡령을 시작했고, 이를 2년 간 지속해 30억원이나 빼돌릴 수 있었느냐며 '배후설'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마찬가지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은 보안이 철저해야 할 카드사의 고객정보를 협력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KCB)의 일개 직원이 빼돌리면서 발생했다.
사태 발발의 장본인인 KCB 직원 박모 씨가 KB국민카드 고객 5300만명, NH농협카드 고객 2500만명,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 등 1억400만명의 인적사항을 빼돌려 일부를 팔아넘겼다.
2005년 설립된 개인신용평가사인 KCB는 일종의 정보집중기관으로, 다양한 금융정보가 몰리기 때문에 신뢰가 다른 어떤 기관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박 씨는 검찰에 구속됐지만 금융당국까지 책임 추궁에 몰렸고, KB금융지주의 주요 경영진과 NH농협카드, 롯데카드, KCB까지 관련 기관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포스코건설 여직원 30억 횡령 사건과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 두 사건 모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포스코건설의 결재 시스템 접속 권한을 주고, 협력업체 직원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객정보를 맡긴 것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진단 밖에 나올 것이 없다.
문제는 포스코건설 여직원이 빼돌린 30억원을 모두 회수한다고 장담할 수 없고, 또한 유출된 고객 개인정보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여직원이 자신이 빼돌린 30억원을 어딘가에 묻어놓고 탕진했다고 하면 회수할 길이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경제 사범이나 횡령 비리에 대한 처벌이 약해 징역살이 몇 년으로 떼우면 그만이다.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KCB의 박모 씨 역시 감옥살이 몇년으로 떼우면 책임을 면하게 된다.
포스코건설 감사팀은 여직원의 횡령 동기, 횡령 기간, 횡령자금 사용처 등을 조사하며 해당 직원을 상대로 횡령자금 환수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내부 감사가 끝나면 여직원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KCB, 카드사 등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당사자와 함께 금융당국 역시 관리 소홀의 책임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라진 돈 30억원과 유출된 개인정보는 다시 주워담을 수 없고, 이로 인해 회사와 고객이 감수해야 할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