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올해 비정유사업을 강화하며 ‘탈(脫)정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본원적 경쟁력이 정유부문에서 석유화학 등 비정유부문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최근 정유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비정유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막대한 설비투자와 현대적인 정유시설을 내세워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던 정유사들이 최근 미국 셰일가스와 캐나다 석유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등 정유부문의 장애물을 맞닥뜨린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부문을 강화한다. 내년 하반기까지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인천 서구 원창동 11만5700여㎡(3만5000평) 부지에 PX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공장 완공 시 SK인천석화는 연간 282만톤의 국내 최대 PX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 PX는 합성섬유(폴리에스터), 페트(PET)병, 필름 등 사용 범위가 넓은 PTA(테레프탈산)의 원료다.
GS칼텍스는 올해 14년 만에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며 정유 뿐 아니라 화학사업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체코와 경남 진주에 연간 생산 3만톤, 4만톤 규모의 복합수지 공장을 준공,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 GS칼텍스는 내년부터 탄소섬유를 본격 상업 생산할 방침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강도는 세지만 무게는 5분의 1가량 가벼운 ‘꿈의 신소재’다.
현대오일뱅크도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물류기지’를 갖출 채비를 마쳤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부터 1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울산신항 남항부두 8만6800㎡ 부지에 상업용 오일 터미널 설치를 시작했다. 이 상업용 오일 터미널은 현재 시운전 중이며, 오는 3월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화학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