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계 키워드] “엔저 파고 넘어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채찍질

입력 2013-12-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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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DS·CE·IM 등 전략회의… 현대차, 수입차 공세로부터 안방 방어

재계가 도약을 준비 중이다. 기업들이 2014년 갑오년을 상징하는 ‘말(馬)’처럼 힘차게 뛰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애 요인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다. ‘통상임금’, ‘엔저’, ‘국내외 경기침체’ 등 ‘3중고’를 얼마나 슬기롭게 이겨낼지가 관건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심혈을 기울인 내년 경영 계획의 차질 없는 수행을 위해 각종 변수에 대한 막바지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중에 따라 위협 요소들을 순차적으로 배치해 대응책을 세우는 방법으로 내년 경영 계획을 마무리 중”이라며 “2014년엔 글로벌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3중고’를 넘어서라 = 국내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불안 요소는 비교적 뚜렷하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미 고착화된 만큼 어느 정도 내성을 갖고 있다. 문제는 안팎에서 터진 ‘통상임금’과 ‘엔저 현상’이다.

산업계는 통상임금 문제가 전반적인 체질 약화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의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판결로 적용 시점을 놓고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잔업과 휴일근로가 많은 자동차, 철강, 조선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당장 수조원의 각종 수당 증가분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 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대법원이 추가 수당 소급 적용에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소급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를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라며 모호한 단서를 달았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크다”며 “노사간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경제의 동맥인 수출도 꽉 막혔다. 엔저 현상은 수출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했지만, 엔화 약세 기조는 여전히 불안 요소다. 특히 엔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온건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생존 전략 어떻게 = 삼성 사장단 40여명은 이달 23일부터 24일까지 1박 2일간 경기 용인 인력개발원에서 경영전략 세미나를 한다. 이 자리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팀장급 이상 10여명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참석한다.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이 총괄 회의를 주재하고, 사업부별 전략회의와 분임 토의, 난상 토론이 잇따라 펼쳐질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 수원과 기흥 사업장에서 DS(부품), CE(생활가전), IM(IT 모바일) 등 3대 부문별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해외지역 총괄과 각 부문 사업부 간의 교차회의를 진행했다. 나흘간 회의 횟수만 총 100회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선진국 경기 회복 등 거시 전망, 중국 시장 확대 방안, 그리고 글로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내년 전략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수입차의 거센 공세로부터 안방을 지키고, 엔저 현상 심화에 대비한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조만간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고 그동안 앞세운 ‘연구개발(R&D)’, ‘품질’ 중심의 경영 전략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또한 유럽 및 미국시장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말 CEO 세미나를 통해 ‘안정 속 성장’이라는 내년 경영 전략의 큰 틀을 짠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 3.0’ 경영체제 아래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낼 전망이다. SK는 그룹 차원의 종합 회의를 진행하지 않고, 계열사별로 설정한 내년 경영 계획의 시너지 극대화를 추구할 방침이다.

지난달 계열사별 ‘업적보고회’를 마친 LG그룹은 경영 계획을 마무리 짓고, 내년 1월 CEO 전략회의를 통해 ‘시장 선도’를 위한 세부적인 방향을 확정한다.

롯데그룹은 선진국 시장에서 불황 돌파의 해법을 찾는다. 롯데는 지난달 말 경기 안산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신공장에서 그룹 사장단회의를 열고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동남아 미 진출국과 미주지역 등 선진국을 포함한 ‘포스트 브리시(VRICI)’ 국가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브리시는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5개국을 말한다.

롯데는 내년에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해외사업 확대, M&A, 신사업 발굴 등의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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