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위산업의 중심인 라파엘(Raphael)사의 핵심은 러시아 이민기술자와 더불어 군 출신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군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군 생활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들은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여 창조적인 환경하에서 국가를 위한다는 비전으로 신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세계 최고수준인 능동형 레이더, 암호화 시스템, 이란의 원자로를 침투한 컴퓨터 해킹 기술 등이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다. 군 복무 기간 중 창조적 개발환경에 적응된 첨단 군 출신들은 관료주의적인 대기업보다 창업을 택하게 된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국방벤처들이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분쟁국가로서 처절함을 도전으로 극복했고 국방이 그 중 하나다. 러시아의 이민 인재들과 80년대 국가 총연구비의 2/3를 투입한 국방 연구비를 바탕으로 수많은 국방벤처가 창업되었다. 현재도 GDP의 6%이상을 국방 산업에서 만들고 있다.
한국의 방위 산업도 세계 10 위권에 돌입했다. 그러나 한국과 이스라엘의 방위산업에는 큰 차이가 하나 있다. 우리의 방위산업은 대기업과 전통 무기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전국에 6곳의 국방벤처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스라엘과 같은 벤처와 국방의 융합과는 거리가 멀다. 결과적으로 초음속 훈련기, 함정, 헬기 등 전통 무기 분야에서는 이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으나,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사이버 보안등의 첨단 분야에서는 아직은 취약하다.
문제는 개방 혁신의 조직 문화 부족이다. 방위 산업의 특성상 일부 산업은 개방이 어려운 분야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사이버 전쟁의 시대에서는 많은 민간 기술이 국방기술과 융합한다. 특히 통신과 보안 등의 첨단 분야가 그러하다. 진정한 개방으로 가는 길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국방산업과 벤처산업의 융합이 상호 시너지를 만들어 창조경제의 새로운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군에서 첨단 기술을 개발할 인재만 양성하라는 것은 아니다. 현대전은 첨단 전자전이 주력이 된다. 이를 위한 첨단 인재들의 무대가 군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과거에는 군대에서 한글을 배웠다. 이제는 군에서 프로그램을 배우게 하자. 창조경제의 비료는 소프트웨어다. 미국의 Start Up America 정책의 핵심중 하나인 'Learn-to-code' 운동을 우선 군에 적용해 보자. 오바마 대통령도 청소부도 간단한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우리로서는 영어를 배우는 것 보다 중요할 것이다. 군 생활중에 소프트웨어를 익히고 기업가적 창업에 도전하도록 해보자. 군 생활을 통하여 건강한 청년들이 스마트 시대에 필요한 최소한의 프로그램을 배우게 된다면 국방과 사회가 융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북한의 해킹 공격에 대한 전국민의 전자전 전력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미국은 백악관이 국방부와 중소기업청과 더불어 군대 기업가정신(Military Entrepreneurship) 운동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시라큐스 대학을 필두로 대학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군대가 이제는 창업의 단절이 아니라 창업의 요람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를 앞둔 군인들 위한 창업 인큐베이터를 운영해 보자. 제대 군인들의 창업 자금으로 천만원을 지원해 주자. 군 생활에 대한 적극적 보상이기도 하다. 군대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창조경제의 꽃이 피우는 토양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