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2세대) 제네시스는 철저히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차다.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려야 그림이 살아날 듯하다.
17일 신형 제네시스를 타고 전남 광주 일대와 영암 F1서킷장을 주행했다. 제네시스의 외관은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기존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이었던 ‘플루이딕 스컬프처(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유연함과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전면부의 프리미엄 헥사고날 그릴과 역동적 느낌의 측면부가 인상적이다.
원목톤의 실내 디자인과 콘솔박스의 아날로그 시계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차량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한다. 운전석과 콘솔박스에 붙은 수많은 버튼은 자칫 산만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간결한 배열로 조잡스러움을 최소화했다.
운전대를 잡고 광주공항에서 영암 F1서킷장까지 도심과 고속도로를 달렸다. 시승한 차량은 3800cc 가솔린 V6 GDI 엔진을 탑재한 G380 프레스티지 모델.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kg·m의 성능을 갖췄다. 4륜 구동 에이치트랙을 장착했으며 복합연비는 8.5㎞/ℓ다.
엔진 소음은 생각보다 적었고, 가속을 위해 엑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차량 위로 전해지는 소음과 진동은 미미했다. 고속도로에 올라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했다. 제네시스는 에코, 드라이브, 스포츠 모드를 지원한다. 가속페달을 밟자 ‘윙윙’거리는 엔진소리가 들리며 금세 RPM 바늘이 올랐다. 속도도 순식간에 100km/h를 돌파했다.
조금 더 밟고 주행하다 계기판을 보니 시속은 140km/h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체감속도는 70~80km/h로 느낄 정도로 조용하고 탄력있게 뻗어 나갔다.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km/h까지 밟아봐도 전혀 차가 힘들어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균형잡힌 밸런스도 역동적인 성능을 배가시켰다. 영암 F1서킷장에서 시속 50km/h의 속도로 슬랄롬 사이를 통과했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빠르게 차량 운동이 반응했다. 서킷장 안의 급격한 코너에서 시속 70km/h로 돌았음에도 차는 안으로 말려 들어가며 주행했다. 트랙을 감싸 안고 질주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단, 연비는 아쉽다. 차량 테스트를 위해 고속주행과 감속을 반복하며 운전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비는 7.2km/ℓ에 불과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1세대 모델과 같은 엔진을 사용했지만, 무게가 130kg이나 늘었다. 단단한 뼈대를 중심으로 제네시스의 주행성능은 업그레이드됐지만, 차 무게가 늘어나면서 연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신형 제네시스의 획기적인 편의사양은 최고라고 불릴만하다. 특히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AVM)이 인상적이다. AVM은 실시간 360도 화면 구현으로 마치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화면을 제공해 협소한 장소 주차 때 편의성을 제공한다. 하늘 위에서 차를 내려다보며 주차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제네시스가 가진 강점이다. 운전석 앞유리에 속도와 내비게이션 등 주요 주행정보가 입체화면처럼 펼쳐진다. 다만 앉아 있는 각도와 바라보는 시야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선명도가 달라진다.
이밖에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 과속위험지역에 자동 감속하고 고정속도를 유지해주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승하차시 도어를 완전히 닫지 않아도 스스로 도어를 닫아주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 등 제네시스만의 특별한 편의사양은 마치 조수석에 누군가를 데리고 탄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2세대 제네시스 가격은 G330 모던 4660만원, 프리미엄 5260만원, G380 익스클루시브 5510만원, 프레스티지 6130만원이다. 에이치트랙(HTRAC)과 파노라마 선루프는 전 차종 공통 선택품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