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ㆍ콘텐츠가 매장 고르는 세상…“‘유통채널=우월적 지위’ 개념 달라져야”

입력 2024-11-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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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유통규제 개선 세미나'서 "'대형유통사=갑' 판단, 현실과 맞지 않아"

▲심재한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심재한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최근 국내 유통시장이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대형 유통채널의 '우월적 지위'에 힘을 실어왔던 대규모유통업법 상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거와 달리 온ㆍ오프라인 상에 소형 유통사들이 적지 않아 대형 납품업체 대비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워진 데다 상품(콘텐츠)의 역량에 따라 대형 유통사들이 되려 '을'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8일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심재한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서강대학교에서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와 법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열린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 개선 세미나'에서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대법원이 시장점유율 21%인 현대백화점에 대해 거래 상대방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선고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크리티컬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례로 AK플라자와 같은 소형 백화점이 대형 브랜드사와의 관계에서 과연 우위를 점할 수 있겠나 하는 것"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당시 법원은 신세계백화점과 글로벌 명품 뷰티 브랜드사인 에스티로더ㆍ시세이도 간에 불거진 우월적 지위 분쟁에 대해서도 유통사인 백화점이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이마트와 납품업체 관계로 있던 국내 대표 기업 삼성ㆍLG 간의 판단에 있어서도 하이마트가 더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심 교수는 과거 대비 유통채널이 다변화된 데다 대형 브랜드사들의 입김이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유통업법상 판단이 상식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더 근본적으로는 유통사와 그 채널에서 판매되는 상품(콘텐츠) 중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콘텐츠의 역량에 따라 우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콘텐츠가 훨씬 우월하다면 그 콘텐츠는 스스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며 "채널 역시 자사 대비 우월하거나 시장에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은 경우 콘텐츠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심 교수는 상품 판매자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정업체 상품을 보유해야 하는 이른바 '상품 구색에 따른 종속성'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대규모유통업법 상 '우월적 지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종 소비자의 보편적 행동을 고려할 때 채널(소매업체)에서의 제품 부재가 유통업체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 제품이 특정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제조업자에게 불리한지, 혹은 유통업자에게 불리한지 봐야 한다"며 "그 결과 제조업자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유통업자 우월성을 지지하는 생각이 될 수밖에 없고 반대의 경우라면 상품을 보유한 납품업체의 우월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 예외없이 대형 유통사가 납품업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고 판단한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는 당국의 판단이 현실과 부합했었지만 지금 현재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법 집행이라고 하는 부분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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