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패러다임이 바뀐다] 투자자가 원하면… 펀드가 되다

입력 2013-12-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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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자산 찾아내 먼저 상품설계 요구… 개인 사모펀드 참여 열리고 ‘슈퍼마켓’도 등장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펀드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8년 리먼사태 직후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로 안정성을 강조하는 상품들이 주를 이뤘지만 이후 ‘위기가 곧 기회다’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원금손실 위험은 낮추고 +α(알파)를 추구하는 상품들이 줄줄이 출시됐다.

이 과정 속에서 펀드의 투자 대상은 더욱 다변화됐고 운용기법은 한층 정교해졌다. ‘투자자가 원하면 뭐든지 펀드가 된다’ 란 명제가 생겨났을 정도다.

투자자들 역시 똑똑해졌다. 적립식과 국내외 주식형에 국한됐던 투자개념은 인컴, 롱숏, 퀀트, 합성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확대됐다. 발빠른 투자자들은 속칭 ‘뜰 만한 자산’을 먼저 찾아 스킴(scheme)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만 고집하던 목표 수익률도 중위험·중수익으로 선회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펀드시장 업그레이드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한국형 헤지펀드다. 연기금과 고액자산가들의 참여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헤지펀드에서 자주 사용되는 △롱숏(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팔아 양쪽의 가격차이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과 △이벤트드리븐(각종 이벤트로 인한 가격변동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 △CTA(금이나 원유, 옥수수 등 원자재의 가격 방향성에 투자하는 전략) 등이 공모펀드에 접목돼 전략의 다양성이 제고됐다.

최근에는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들이 사모펀드(PEF)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내년 3월 오프라인 대비 싼 수수료가 적용되는 펀드슈퍼마켓(펀드온라인코리아)이 오픈되면 시장은 더욱더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늘 그렇듯 ‘참을성’이 문제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밀려나면서 올해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1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장기투자라는 상품 성질을 잊고 조금만 수익률 변동이 생겨도 투자자들은 환매에 나섰다. 계사년 펀드 시장을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2014년은 펀드시장의 변혁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그레이트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본격화되면서 펀드 투자 트렌드에도 변화가 올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의 해답은 늘 가까이 있다. 트렌드를 얼마나 잘 읽고 발빠르게 움직이는가가 핵심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란 말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다. 늦었다고 인식할 때 이미 똑똑한 투자자들은 이곳저곳에서 수익을 챙겨먹고 있다. 펀드가 장기상품인 만큼 단기 수익률 악화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고 트렌드 변화를 잘 읽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펀드 시장은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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