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12일 국회·정당·언론사 등의 상시 출입을 폐지하고, 전 직원의 정치활동 금지 서약을 받는 내용의 ‘자체 개혁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여당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야당은 ‘쥐꼬리 개혁안’이라며 △대공수사권 이관 △정치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추가 입법을 요구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자체 개혁안은 법률 개정을 통한 개혁이 아니라 내부 규정 변경을 통한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 내용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장치를 만들겠단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쟁점이 된 대공 수사권 부분은 자체 개혁안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보업무 기획조정 권한 이관’과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권 강화’ 에 대해서도 명시하지 않아 향후 개혁 방향을 두고 여야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정원 개혁안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확연히 엇갈렸다. 국정원개혁특위 여당 간사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에서 개혁방안에 대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그야말로 쥐꼬리 개혁안으로 대단히 미흡하다”고 혹평했다.
이런 가운데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국정원의 국내정보 활동의 필요성을 인정한 발언을 공개했다. 국정원 2차장을 지낸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국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고영구 원장으로부터 국정원의 새로운 발전방안인 ‘비전 2005’ 보고를 받고 “100점이다”라고 평가했고, 현재 시스템은 그 후 바뀐 게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와 관련, 2005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개혁기획단’ 당청정 협의회에서 “수사권 폐지 문제는 참여정부가 대북관계에서 너무 무장해제했다는 비판 소지가 있음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근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국정원을 국가안보에만 활용한 참여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국정원 대선불법개입사건’이 밝혀진 지금 적용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