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저도 어엿한 한국인입니다. 한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이주여성이 되고 싶습니다.”
결혼 이주여성 아나스타샤(33)씨는 뛰어난 한국어 구사력과 다양한 사회봉사활동 등으로 이주여성의 ‘멘토’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재 충남지역 봉사단체 ‘충남하모니봉사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치단체 공무원들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문가들은 각종 다문화 정책 결정에 앞서 그를 찾아 조언을 구하고 이주여성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를 찾는다.
지난 2003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온 아나스타샤씨는 레스토랑 주방장으로 일하던 한국인 남자와 결혼, 충남 아산에 정착했다. ‘봉사’라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은 딸이 친구들로부터 “너와 너희 엄마는 외국인”이라고 놀림을 받은 일이 계기가 됐다.
그날 이후 그는 악착같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사회봉사단체를 찾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을 만나 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쳤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통역을 해주며 든든한 언니·동생이 돼 주었다.
이후 그의 삶은 특별해졌다.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해 수시로 장애인 보호시설을 찾아가 머리를 단장해 주는가 하면 교통안전 및 범죄예방 캠페인 등도 벌였다.
그가 단장을 맡은 ‘충남하모니봉사단’은 충남경찰과 충남도, 충남농협 등에서 운영하던 이주여성 봉사단을 통합한 다문화 여성 연합 봉사단체다. 현재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16개국 출신 이주여성 363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의 계획은 이주여성 출신 경찰관이 되는 것이다. 최근 경찰청이 실시한 외국어 전문요원 선발시험에 응시했다가 아깝게 쓴잔을 마셨지만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후배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더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한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이주여성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