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변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형 헤지펀드’가 두돌을 맞았다.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관(官)의 평가와 아직 갈길이 멀다는 민(民)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은 점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트렉레코드가 쌓이면서 기관들의 진입도 이어져 시장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26개 헤지펀드 설정액은 1조76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이 양강구도를 형성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 H클럽 에쿼티’를 중심으로 5개 헤지펀드가 5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브레인자산운용은 ‘브레인 백두’를 앞세워 5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두회사 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 나머지 40%에 달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이 근소한 차이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투자자들의 발길을 이끄는건 단연 수익률이다. ‘브레인백두’는 지난해 9월 설정된 이후 1년 2개월여만에 33%가 넘는 수익을 얻었다. 같은기간 코스피와 국내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이 1%밖에 오르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적이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다양한 전략을 통해 절반 이상 상품들이 두 자릿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트렉레코드가 쌓이면서 기관들의 진입도 감지되고 있다. 추가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실제 올초 행정공제회는 삼성자산운용의 ‘H클럽에쿼티헤지’, 브레인자산운용의 ‘태백’에 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삼성운용의 ‘H클럽에쿼티헤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의‘스마트Q오퍼튜니티’, 브레인운용의 ‘백두'에 각 200억원을 넣었다. 최근 군인공제회는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 검토를 위해 6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여기에‘큰 손’ 국민연금 역시 꾸준히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투자자 인식도 달라졌다. 과거 헤지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주범으로 낙인 찍혀 ‘시장을 교란하고 과도한 차입(레버리지)을 이용하는 위험한 상품이다’란 오해를 받았다. 관민의 노력으로 투자자들은 이제 헤지펀드를 위험(리스크)을 분산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롱숏(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팔아 양쪽의 가격차이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에 편향된 투자전략은 해결해야할 숙제다. 이벤트드리븐(각종 이벤트로 인한 가격변동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 CTA(금이나 원유, 옥수수 등 원자재의 가격 방향성에 투자하는 전략)와 같이 전략을 다양화 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한국형’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도 과제다. 글로벌 헤지펀드 가운데 시장 앞에 ‘○○형’이 붙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금융당국이 초기 시장 보호를 위해 별도의 규제를 마련하면서 붙게 됐다. 최근 당국의 규제완화 노력에 힘입어 헤지펀드 는 본연의 성격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업계도 ‘한국형’에서 벗어나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성과가 중요한 기관투자자들에게 헤지펀드는 새로운 대체투자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헤지펀드도 출시 2년이 지나면서 옥석이 가려지고 있고 최소투자액(5억원) 때문에 가입이 어려운 투자자들을 위해 롱숏을 활용한 공모펀드도 출시되면서 헤지펀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