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의도 칼바람이 아쉬운 이유- 김경아 시장부 기자

입력 2013-12-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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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려운 시절은 입사 이후로 처음입니다. 자고 깨면 구조조정 소식뿐이니 불안해서 밤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증권사의 임원은 연일 들리는 구조조정 소식에 뒤숭숭하다고 토로했다.

상반기 실적이 급감한 증권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희망 퇴직과 지점 폐쇄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연말을 맞은 증권업계는 우울하기만 하다.

실제 하반기 들어 삼성증권이 100여명의 직원을 계열사로 전환 배치한 데 이어 한화투자증권은 450명 규모의 임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SK증권과 KTB증권도 설립 이후 최초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모 증권사는 임원들의 30% 수준을 연말 조직개편에서 구조조정한다는 살벌한 소식만이 들려 증권맨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금융업은 사람이 자산이다. 불황 여파가 몰아닥친 2012년 회계연도 당기순익 1901억원을 기록하고 2년 연속 업계 최고 실적을 거둔 한국투자증권은 오히려 위기 때 현장으로 나서 인재를 적극 채용하는 ‘거꾸로식’ 인재 투자를 진행 중이다.

불황일수록 호황을 준비한다는 경영철학에 맞게 올해도 1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한국투자증권은 2013년 상반기 역시 5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칼바람 속에서도 내실 있게 몸집을 키워 사람이 곧 경쟁력임을 증명한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은 결국 구조조정만이 불황 속 고육지책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27일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고 한국 자본시장도 올해로 60주년을 맞아 나이로만 따진다면 환갑에 이르렀다. 그러나 불황에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천수답식 경영행태는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제는 근시안적인 경영 행태에서 벗어나야만 선진국형 자본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자본시장의 혁신과 도전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경쟁 촉진은 물론 인력도 자발적으로 유입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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