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법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즈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열악한 해외에서 공장을 건설하여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도요타가 감히 진출하기 꺼렸던 공장불모지 인도에 자동차공장을 세워 유럽시장의 진출기지로 만들었다. 인도는 지저분하고, 느리고, 카스트제도 때문에 작업하는 환경으로는 최악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이러한 3대 최악의 공장작업환경을 창조적으로 극복한 사례도 만들어졌다. 인도삼성공장이다. 고참과장 시절 뉴델리 인근 삼성공장에 파견된 유영복 전무는 지저분한 인도에서 가장 깨끗한 공장을, 느린 인도에서 가장 빠른 공장을,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카스트제도 문화에서 직접 일하는 공장을 만들어가는 CSA캠페인으로 성공한 창조경영인이 되었다. 그 결과 인도삼성공장은 가장 깨끗하고, 가장 빠르고, 문제가 현장에서 해결되는 공장이 되어 인도행정고시 연수생들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신흥아시아에서 신화창조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열정으로 이미 베트남에서만 15조원 이상의 수출을 만들어가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외교관이 아니라 18년 동안 현지에서 활동한 기업인을 박근혜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대사로 임명해 주목 받은 곳이기도 하다. 외교부에서 통상을 떼내어 산업부에 통상을 붙인 진통이 가장 먼저 성과로 나타날 곳이 이곳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해외성공 스토리를 듣다가 한국 국내문제로 돌아오면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과 좁은 국내시장에서 과당경쟁으로 힘들어 하는 중소기업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한국인과 중소기업인들은 운명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한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가보면 카레냄새가 진동한다. 이는 머지않아 곧 인도학과, 베트남학과, 인도네시아어학과 등이 뜰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대기업들이 이들 학과 출신들을 3학년 쯤되면 입도선매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아시아의 시대(Asianization)가 도래하고 있다. 국가 경제성장률의 2.5배쯤이 기업의 잠재성장률이다. 지금은 매력이 없어보이지만 10% 이상의 기업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시아이다. 게다가 때마침 한류 열풍이 몰아치면서 한국상품과 문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곳으로 과감하게 진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취업정책도 이에 맞게 아시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좁은 국내시장에서만 과당경쟁으로 힘들어 하는 중소기업의 답은 글로벌화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가장 아쉬운 중소기업 정책은 수출정책이다. 국내에서 중소기업 키우기에 열을 올리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장을 이기지는 못한다. 빙그레는 중국에 진출하여 '바나나우유' 붐을 이끌면서 2011년 10억원대였던 수출이 지난해에는 1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에서 평범한 사람이나 기업이 해외로 가서 신화창조의 영웅이 된 경우들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한국의 젊은이와 중소기업은 닫힌 글로벌화의 피해자이다. 좁은 국내시장을 가진 한국의 산업은 운명적으로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열린 국제화가 필요하다. 열린 국제화는 뽀빠이의 시금치와 같다. 마침 박 대통령은 이를 직시하고 1.6%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수출지원 예산을 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중소기업 문제도 취업 문제도 해외에 답이 있다. 이들이 미래 신화창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 창조경제도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전자는 환경결정론이라면 후자는 환경창조경영론이다. 한국의 현대경제는 창조경영의 역사였다. 한때는 신바람이론이라고 불렀다. 신바람이 불면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냈다. 마치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솟아나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신바람이 불 때는 특징이 있었다. ‘국경’을 넘어서면 신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마치 한국축구가 일본팀을 만나면 초능력자가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