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전세가 독주’가 화두였다. 부동산 시장이 몇 년째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주택 가격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파트를 사기보다는 전세시장에 머무는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특히 지난 8·28대책의 영향으로 다소 꿈틀대던 주택시장이 재차 수그러들고 있다. 다만 연말까지 5년간 양도세 면세혜택이 끝남에 따라 미분양이 소진되고 있지만 이는 내년 시장에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내년 전국주택 공급 수가 26만호로 올해보다 6만호 늘어나지만 전세수요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전세난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아파트 전세가격은 서울이 0.16% 올라 6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열린 ‘2014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에 전국 전세가격이 3%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의 4%보다는 상승세가 둔화되겠지만 전세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방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해 전세가격 안정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가 특정지역에 편중되는 데다 월세이동이 가속화하고 가계부채 부담도 여전해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때문에 전세난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주택시장의 임대중심 구조변화가 지속되면서 우리 고유의 임차방식인 전셋집이 줄어들고 있어 전세난 지속은 불가피하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일부 매수세로 전환되고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완화될 소지도 있지만 대세 불변에 따른 영향이 강하게 미쳐 전세 구득난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한국 주택임대시장에서 전세 비중이 급감하고 있는 물량의 전셋값이 급등하며 이른바 ‘렌트푸어’란 신조어까지 생겨나는 등 전세 중심의 전통적인 주택임대 방식에 일대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전세방식’의 주택임대가 줄어드는 대신 반전세(보증부월세)와 월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거래된 전국 전월세 아파트 9만4199건 가운데 월세가 3만7610건으로 월세 비중이 39.9%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6월 36.5%에서 7월 39.6%, 8월 40.5%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월세로 많이 갈아타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전세매물을 부족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저금리’와 ‘집값이 안 오를 것이라는 수요자 심리’, ‘임대인 입장에서 월세를 놔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집을 사고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사는 것보다는 임차시장에 머무는 것이 낫다는 판단’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