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게임산업]만리장성 벽에 막힌 ‘게임한류’…시대역행 ‘규제 폭탄’ 탓

입력 2013-11-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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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중국 자율 규제…한국은 마약류 취급 규제 강화

거칠 것 없이 질주하는 게임 강국 차이나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7, 8년 전 글로벌시장을 장악했던 글로벌 넘버원 코리아를 제치고 저만치 내달리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이 세계 최강 게임 강국으로 발돋움한 결정적 요인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철저히 외국산 게임을 배척하는 동시에, 자국 게임업체에 노골적인 혜택을 부여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10년 넘게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게임사들이 자국 시장 진출 시 철저히 자국 내 게임회사를 통해서만 퍼블리싱을 하도록 규제, 외국 게임사가 독자적으로 돈 버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셧다운제를 비롯한 온갖 규제와 최근 도박·마약류로 취급하는 중독물질로 규정해 압박하는 사이 중국 게임업체들은 이제 코리아 게임군단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매머드급 글로벌 메이저사로 우뚝 서 있다.

중국 게임업체들은 이제 자국 내 시장은 물론,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조차도 쥐락펴락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10조원대, 한 해 평균 온라인게임 이용자 수는 지난해 기준 1억9000만명 규모다. 지금까지 총 게임 누적 이용자 수는 4억명.

2011년보다 18.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웹게임 사용자는 1억6300만명으로 12.4%, 모바일게임 사용자는 2670만명으로 136% 늘었다.

각종 규제와 매출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과는 달리, 중국은 안정적인 성장기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 역시 과거 게임 규제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후 중국 정부가 규제노선을 산업장려 정책으로 급선회하면서 고속 성장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사용자가 5억6400만명에 달하지만 인터넷 보급률은 42.1%에 그친다. 인터넷 사용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온라인게임 인구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장판이 닫힌 국내 게임 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더욱 많은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도, 속으로는 외국 제품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원치 않고, 이를 막기 위한 만리장성 같은 끝없는 외산게임 규제에 나서고 있다.

◇ 한국보다 더 거셌던 중국의 게임 규제= 중국 정부는 2005년 게임을 ‘전자 헤로인’이라 지칭하며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인터넷 중독을 마약이라 칭하는 등 게임과 마약을 동일선상에 놓은 것. 최근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을 4대 중독에 포함시키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온라인게임 5시간 이상 금지, 폭력적인 게임 금지 등 강력한 인터넷 규제를 펼쳤다. 하지만 인터넷은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됐고, 당시 인터넷 인구 1억3000만명 중 무려 10%가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였고, 이 중 청소년 비중이 7%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는 규제를 더욱 강화, 온라인게임을 3시간 이상 플레이하면 경험치 획득량을 절반으로, 5시간 이상 플레이하면 경험치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는 피로도 시스템 도입을 도입해 과몰입 방지에 나섰다. 최근 여성가족부 국정감사 현장에서 제기된 ‘쿨링오프제’와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정부가 가했던 규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자 중국 정부는 2010년 놀라운 정책 변신에 나선다.

정부와 기업, 가정이 함께 참여해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이른바 ‘온라인게임 미성년자의 보호자 감호 프로젝트’를 전격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는 강제적인 셧다운제가 아닌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시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자율규제화에 앞서 꾸준한 자국 게임산업 장려책을 펼쳐왔다.

지난 2005년 이후 자국 게임산업 육성방안인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을 통해 해외 게임이 자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유통되는 행위를 금지 목록에 포함시키기는 등 외산 게임이 직접적으로 중국 게임시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조치했다.

바로 ‘판호’라는 제도다. 중국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현지 정부의 승인번호로 공개서비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일종의 심의제도다.

특히 중국 게임산업의 메카로 손꼽히는 상하이와 베이징지역에 대해서는 엄청난 게임산업 육성지원책을 실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이저 게임회사를 비롯해 중소 개발사가 대거 입주해 있는 상하이는 게임산업 활성화와 중소업체를 위한 지원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 역시 게임 제작과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게임업체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곳곳에 문화산업 단지를 구성하고 다양한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한때 전자 마약으로 전락, 손가락질당했던 중국 게임은 이제 중국정부의 핵심 국책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게임시장을 선도했던 게임 강국 코리아의 정부정책이 ‘전자 헤로인’을 들고 나왔던 10여년 전 중국 스타일로 회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미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 학부모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게임시간선택제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게임업체 매출의 1%를 게임중독치유기금으로 의무적으로 징수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게임을 4대악으로 규정하는 국가중독관리위원회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보다 못한 업계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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