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 대기업 외식 규제사항을 발표하자 마자, 농심이 쌀국수 외식브랜드 ‘뚝배기집’ 사업을 접었다. 규제 발표 이후, 대기업 중 최초 사업 철수다.
과감한 결단을 내린 박준 농심 사장은 뼈아팠다. ‘국제통’으로 통하는 박 사장이 라면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염두한 차세대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뚝배기집은 쌀면 전문점으로 2015년까지 100개 매장을 내고, 쌀면을 이용한 상품 비중도 늘릴 계획이었다.
뚝배기집을 철수 한 후 박 사장의 눈빛은 더욱 매서워졌다. 일본식 커리전문점 ‘코코이찌방야’의 점포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외식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이다.
작년 취임한 박 사장이 농심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제품력만 강조하는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최근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매운 경영’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농심은 지난달 강남에 코코이찌방야(직영점) 매장을 오픈했다. 앞서 가산과 동대문에 위치한 쇼핑몰에 직영점 2개 매장의 문을 열었다. 현재 매장 개수는 가맹점 4개, 직영점 16개로 총 20개에 달한다. 외식업계가 동반위의 규제에 움츠러든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코코이찌방야는 역세권, 쇼핑몰 등의 주요 상권에 입점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상권 전략을 유지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단, 무리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매년 오픈 점포 개수는 5개 정도로 한정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내년에 매장 5개 정도 오픈할 것”이라며 “양적 확대는 자제하고 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외식사업은 라면 위주의 사업 구조에 탈피하기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미국지사 사장, 국제담당 이사, 국제사업총괄 사장 등을 지내며 해외사업 진출에 핵심 역할을 했던 박 사장이 선봉에 서며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