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첫 해외지점장인 그에 대한 농협은행의 기대가 높다. 엄 지점장은 지난 1993년 입사한 후 국제금융기획, FX마진(외환차익거래), 리스크관리제반, 경영기획, 재무 등 주요 부서를 거치면서 뛰어난 업무 성과를 보였다.
특히 그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여년간 리스크 관리 업무를 담당한 만큼 신시장을 개척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위험을 잘 관리할 것이란 평가다.
◇ 뉴욕지점, 농협 해외진출 벤치마크·교두보 = 엄 지점장은 “뉴욕은 전 세계 금융시장의 표준을 만들고 선도하는 국제금융의 메카로서 모든 금융기관, 특히 외국환은행이라면 반드시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야 할 필수 요충지”라며 “뉴욕지점은 앞으로 농협은행의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금융을 선도하고 있는 시장의 경쟁 추세와 규제 동향 등을 앞서 체득하고, 뒤이어 진출할 여타 지역에 경험 및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은행 내 신성장동력 창출의 견인차와 안정적 수익센터로서의 면모를 갖추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 지점장은 뉴욕지점 개설 이후 중점 추진 사항을 단기 및 중장기 과제로 나눠 제시하기도 했다. 개설 초기에는 뉴욕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즉 현지 금융법규 및 제도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준수, 이에 부합하는 내부규정 및 IT 시스템 구축 등 글로벌 표준에 맞는 해외사업 인프라를 완벽하게 정비하는 데 방점을 둘 것이라는 계획이다.
◇ 3년 후부터 현지 사업 발굴에 박차 = 이렇게 안정적 사업 추진 기반의 구축이라는 단기 과제를 충실히 이행한 3년 후부터는 본격적인 현지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방침도 전했다. 즉, 송금 및 수출입 본점중계 업무를 지속 추진함은 물론 현지의 무역금융 수요 고객 발굴추진, 기업여신, 신디케이트(다수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일정 조건으로 대규모 중장기 자금을 융자해 주는 것) 투자 등 사업영역 및 대상을 확대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엄 지점장은 “여타 시중은행 뉴욕지점들이 한국계 기업 대출 위주로 사업을 하는 것과 달리 현지 교포 기업 및 순수 외국 기업 등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협동조합은행의 특색을 살려 현지 농기업 금융에 특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그는 또 뉴욕지점이 설립되기까지 있었던 속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3월 신경분리가 되기 전 금융과 비금융이 혼재된 사업구조로 뉴욕지점 인가와 설립이 타행에 비해 뒤처졌다. 또 오래전부터 해외로 진출한 타행들과 달리, 리먼 사태 이후로 더욱 깐깐해진 미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도 통과해야 했다.
◇ 셰일가스 등 자원 개발 신디케이트 투자도 = 엄 지점장은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부터 뉴욕지점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후 느낀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금융시장 및 상품은 국내 금융시장과 비교했을 때 특히 발달되고 활성화된 분야는 401K(기업지원 퇴직연금)를 중심으로 발전한 퇴직연금 시장, 유가증권 발행·유통 시장, 다양한 종류의 자산운용 시장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착안해 뉴욕지점장으로서 자금조달 방식을 개선해 보고 싶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는 “자금조달 측면에서 단순한 단기 은행 간 차입 및 본점 차입 방식을 넘어 현지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시장에 적극 참여해 조달선을 다변화하고 안정적 외화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 지점장은 자산운용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그는 “자금운용 측면에서는 이미 출혈상태인 기존 한국물 편중의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셰일가스 등 현지 자원개발에 대한 신디케이트 투자 등 보다 다양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운용 수단을 발굴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경쟁적으로 아시아·미주·남미 등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엄 지점장은 “국내 5대 금융지주사들이 동남아,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은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금융의 글로벌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천편일률적인 또 다른 해외진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