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역할 한계 없는‘믿고 보는 배우’[배국남의 스타성공학]

입력 2013-11-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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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가장 의미 있는 작품”…‘해운대’‘실미도’로 1000만 관객 배우

▲배우 설경구. 사진 = 장세영 기자
‘감시자들’, ‘소원’, ‘스파이’. 올해 개봉한 이 세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흥행 성공을 거뒀다는 것 외에 바로 설경구가 주연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이 세 영화를 보면 설경구가 왜 스타로 부상했는지 그리고 배우로서의 성공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세 영화는 장르도 다르고 설경구가 맡은 캐릭터 역시 극과 극을 이룰 정도로 성격이 전혀 다르다. 범죄 액션극 ‘감시자들’에서는 동물적 직감과 본능으로 범죄를 쫓는 감시 전문가 황 반장으로, 코믹첩보극 ‘스파이’에서는 아내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지만 최고의 스파이로 활약을 펼치는 김철수로, 그리고 드라마 ‘소원’에선 성폭행당한 초등학생 딸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빠로 설경구는 관객과 만났다. 설경구로 인해 눈물도 흘리고 큰 웃음도 웃었다. 캐릭터의 성격이 큰 차이가 있었지만 각기 다른 배역을 소화하는 설경구의 연기가 스크린 너머의 관객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됐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렇다. 설경구의 연기는 스펙트럼이 광대하다. 단순히 연기의 외양만이 넓은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내면의 연기 또한 광활하다. 연기 스펙트럼의 확장과 진정성, 내면 연기의 확대는 다양한 작품과 각기 다른 성격의 캐릭터, 강렬한 극성이 드러나는 작품에서부터 코믹과 일상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까지 모두 소화했기에 가능했다.

‘실미도’와 ‘공공의 적’에서 호흡을 맞춘 강우석 감독은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라는 간결한 말로 배우로서의 설경구의 본질을 설명한다.

그런데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라는 강우석 감독의 찬사와 “설경구 대신 캐릭터로만 만난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관객들의 진언(眞言)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오아시스’의 사회부적응자인 종두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고 그 복장으로 결혼식장까지 갔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로 잘 알려진 ‘박하사탕’의 유명한 기차 장면을 실제로 기차가 오는 아찔한 상황에서 최선의 장면을 잡기 위해 10번이나 찍었다. ‘역도산’에서는 체중을 20Kg이나 늘려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노력도 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극중 캐릭터처럼 해야 하는 줄 알았다. 내 외모가 평범해 살을 찌웠다 뺐다 별짓을 다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설경구의 모습에서 그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드러난다.

그런 설경구였기에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그놈 목소리’ 등에서 정교할 뿐만 아니라 진정성과 생명력이 깃든 캐릭터를 살려냈고, ‘해운대’, ‘실미도’ 등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영화에 설경구가 있는 것이다.

연출을 하고 싶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가 선배들의 권유로 연극 극단에 참여하면서 연극 ‘심바새매’에 출연하며 연기의 맛에 빠진 설경구는 이후 뮤지컬 ‘지하철1호선’, 연극 ‘이런노래’ 등의 무대에 지속적으로 올라 관객을 만났다. 물론 무대에 설 때마다 연기의 기본 또한 다져 나갔다. 매회 면전에서 연기를 평가하는 연극 관객 앞에서 연기력을 쌓아 나간 것이다.

이후 1996년 ‘꽃잎’·‘러브스토리’, 1998년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으로 영화에 입문한 뒤 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영화배우로서 존재감을 수많은 관객과 전문가들에게 각인시켰다.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보인 연기는 수많은 관객에게 감동과 전율로 전달되며 설경구 앞에 ‘연기파’라는 수식어를 붙게 만들어줬다.

설경구 역시 “제 영화배우 인생에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은 ‘박하사탕’이다. 내 인생은 2시간14분 만에 바뀌었다. ‘박하사탕’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다.

이후 ‘은행나무침대2’‘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공공의 적’ ‘오아시스’ ‘실미도’ ‘역도산’ ‘열혈남아’ ‘해운대’ ‘해결사’ ‘타워’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등 장르와 성격이 다른 영화를 소화하며 ‘연기파 배우’와 ‘흥행 스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배우로서의 성공을 일궈내고 있다.

설경구의 배우로서의 성공은 완결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왜냐하면 그는 새로운 영화에 출연할 때마다 그만큼 캐릭터와 연기력의 진화, 확장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영화만 15년째네요. 연극까지 하면 20년째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이렇게 오래 해 본 것은 처음이에요. 제가 1993년 9월 연극을 시작할 때 어머니가 반대하지 않은 이유는 금방 싫증내고 그만둘 줄 알았기 때문이에요. 영화만 이렇게 꾸준히 하고 있는 것도 복이에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20년차 배우 설경구의 소박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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